중림동약현성당 게시판

나무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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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3-07-23 ㅣ No.1709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둔 엄마가 어느날 아이와 함께 시장에 갔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아이는 이런 저런 물건들에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았고, 특히 화분에 담긴 관목들에게 자꾸만 다가가서 장난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화분에 담긴 나무들을 망가뜨릴까봐 아이를 야단쳐서 끌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관목들의 주인인 듯한 시골 아저씨가 아이의 엄마에게 다가와 얘기를 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이 관목들의 냄새를 하나하나 맡아보고 있었다고 나무를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지진아라고 놀려대던 아이는 그 나무들의 참의미를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미를 또는 라일락의 냄새는 맡으면서 나무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으십니까?

 

우리가 흔히 갖는 관심과는 다르게 사물의 핵심을 보는 것,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장미뿐만 아니라 나무들의 냄새까지도 맡아보는 것. 이것이 사실 우리 삶의 관심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도 보는 것, 아니 우리가 멀리하고자하는 장애아도 아는 사실을 우리는 지나치고 있습니다. 세상은 장미만이 냄새맡을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 나무들의 냄새는 얼마나 향기로운 것인가요?

 

사물들의 핵심 뿐만 아니라 사람과 세상과 우리 인생에서의 핵심을 찾는 것은 이렇게 꽃이 아니라 나무들의 냄새를 맡는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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