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하느님의 다른 이름 '사랑'(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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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13 ㅣ No.3667

연중 제28주일 (2004-10-10)

독서 : 2열왕 5,14-17 독서 : 2디모 2,8-13 복음 : 루가 17,11-19

* 하느님의 다른 이름 ‘사랑’ *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환자 열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예수 선생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크게 소리쳤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의 몸을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사제들에게 가는 동안에 그들의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예수께 돌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하시면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루가 17,11­-19)

살레시오 수녀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작년 2월 센터로 순명받았을 때 정말 부푼 가슴이었다.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아이들은 원래가 힘든 법. 우리집 아이들은 그 사춘기에 가정불화·폭력·원조교제·티켓 다방까지 섭렵한 아이까지 있어 그야말로 한 가락하는 고수들의 집단이었다. 살아본 수녀님들은 “6개월이면 돼” 했지만 그래도 수녀였기에 조금쯤은 대접(?)을 받으려니 기대한 것이 실수였다면 최고의 실수라고 할까?
새로 온 수녀 길들이기를 시작하는데 속에서 된장지지도록 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눈을 위아래로 꼬나보고, 코웃음 피식 날리고, 자기들끼리 호칭은 미친`×, 정신병자 같은`× 등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쌍욕을 해댔다. 수녀가 아니었을 때도 대접(?)받았고 처절한 무시는 당해본 적 없는 내가 나이 마흔에 17,`18세 되는 아이들과 소리 버럭버럭지르면서 싸우는 꼴이 점점 처량해지던, 텃세가 최고조에 달한 3월 즈음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도시락을 싸야 했는데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여겼기에 곱거나 밉거나 상관없이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준비했다. 원장 수녀님이 혈압 올라갈 정도로 아이들은 감사는커녕 아주 마땅하고 옳은 일인 양 당연하게 준비된 도시락 가져가기를 한 달 정도 됐을까? 어느날 6명 중 한 녀석이 학원에 다녀와서는 옆으로 오더니 멋쩍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수녀님, 도시락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내가 변하고 그 녀석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 그래서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 하느님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요, 사람의 또 다른 이름은 ‘감사’인 것을 알게 된 것이.

강석연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마자레로 센터)

- 짧은 노래 -

벌레처럼
낮게 엎드려 살아야지
풀잎만큼의 높이라도 서둘러 내려와야지
벌레처럼 어디서든 한 철만 살다 가야지
남을 아파하다라도
나를 아파하진 말아야지
다만 무심해야지
울 일이 있어도 벌레의 울음만큼만 울고
허무해도
벌레만큼만 허무해야지
죽어서는 또
벌레의 껍질처럼 그냥 버려져야지

- 류시화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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