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레시오 수녀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작년 2월 센터로 순명받았을 때 정말 부푼 가슴이었다.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아이들은 원래가 힘든 법. 우리집 아이들은 그 사춘기에 가정불화·폭력·원조교제·티켓 다방까지 섭렵한 아이까지 있어 그야말로 한 가락하는 고수들의 집단이었다. 살아본 수녀님들은 “6개월이면 돼” 했지만 그래도 수녀였기에 조금쯤은 대접(?)을 받으려니 기대한 것이 실수였다면 최고의 실수라고 할까? 새로 온 수녀 길들이기를 시작하는데 속에서 된장지지도록 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눈을 위아래로 꼬나보고, 코웃음 피식 날리고, 자기들끼리 호칭은 미친`×, 정신병자 같은`× 등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쌍욕을 해댔다. 수녀가 아니었을 때도 대접(?)받았고 처절한 무시는 당해본 적 없는 내가 나이 마흔에 17,`18세 되는 아이들과 소리 버럭버럭지르면서 싸우는 꼴이 점점 처량해지던, 텃세가 최고조에 달한 3월 즈음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위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도시락을 싸야 했는데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여겼기에 곱거나 밉거나 상관없이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준비했다. 원장 수녀님이 혈압 올라갈 정도로 아이들은 감사는커녕 아주 마땅하고 옳은 일인 양 당연하게 준비된 도시락 가져가기를 한 달 정도 됐을까? 어느날 6명 중 한 녀석이 학원에 다녀와서는 옆으로 오더니 멋쩍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수녀님, 도시락 감사합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내가 변하고 그 녀석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 그래서 우리가 서로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 하느님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요, 사람의 또 다른 이름은 ‘감사’인 것을 알게 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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