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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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1-11-05 ㅣ No.2400

1. 검은 밤의 가운데 서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 없겠지

인생이란 강물위를 뜻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후렴)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2. 끝이없는 말들 속에 나와 너는

지쳐가고

또다른 행동으로 또 다른 말들로

스스로를 안심시키지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후렴)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3. 가볍게 산다는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살아 왔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치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후렴)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김광석이란 가수의 "일어나"란 노래의 가사입니다. 수능을 이틀 앞두고 곧있을 수험생미사를 준비하면서 이 노래가 자꾸 생각이 납니다. 이 노래의 가사들은 상당히 회의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허무적이기도 합니다. "인생이란 강물위를 뜻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수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그럼 뭐하러 사나 하는 질문이 바로 이어져야 할 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 매일 흔들리겠지"라거나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살아 왔는걸"에서는 정말 짜증나고 별볼일 없는 인생일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한탄이 절로 나오게 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논리적이지 않은 인생 특유의 도약이랄까 비약이랄까 하는 것을 펼칩니다. 뜬금없이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라고 노래합니다. 어둡고 칙칙하던 인생이 갑자기 도전적인 삶을 살 필요가 있는 인생으로 돌변합니다.

 

그것이 예술이 보여주는 특유의 직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은 지금 보여지는 대로 답답하고, 어둡고, 칙칙합니다. 매일매일 흔들리는 시계추와 같이 똑같이 변해갑니다.

 

하지만 노래가 주지 못하는 해답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가볍게 산다는 것이 결국 우리를 얽어매지만, 또한 하느님을 따르는 삶은 우리를 해방시킨다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답답하고 어둡지만 끝내도 끝내도 계속되는 지루한 반복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하느님을 우리 인생의 길라잡이로 두게 될때 세상은 일어날 수 있는 도전의 연속이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어두운 인생에서 밝음을 갈 수 있는 사명을 주시며, 답답한 일상을 의미있는 것으로 바꾸는 길을 가르쳐 주시고, 칙칙한 삶을 밝고 윤기있는 것으로 만드는 빛을 비추십니다.

 

수능생들 뿐만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어두운 시대에 희망을 찾고, 의미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희망도, 의미도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떠난 희망이나 의미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 사람들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떠나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하느님을 믿는 다는 것은 희망한다는 것이고 세상을 살 의미를 찾게 하는 것이고, 우리 삶을 밝게 비추고 행복을 찾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대학을 바로 가고, 제 동생은 3수를 했는데, 동생이 3수를 하는 동안 저는 군대에 가 있었습니다. 휴가 나와서 동생과 만나게 되어 되지도 않는 충고를 했나봅니다. 뭐라고 얘기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때 동생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이 인생을 알아? 재수도 못해보고 무슨 충고를 해, 난 3수중이야."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형이 인생을 알아"라는 소리가 계속 귀속에서 웅웅거렸습니다.

 

그 이후 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무슨 어줍잖은 충고 같은 것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습니다. 항상 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그 어려움에서 비켜가 있는 사람들의 충고가 별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이 말만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처럼"

우리 삶에서 과거는 어찌되었던간에 지금이라는 시간은 언제나 새로 시작하는 시점이지 끝나는 시점은 아닙니다.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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