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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서민정부'인지 따지려면 말이 아닌 정책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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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진 [tianshi] 쪽지 캡슐

2009-06-27 ㅣ No.9717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22일, 23일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연일 “서민들을 우선 배려하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발언을 들을 때마다 허탈한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동안 기득권 위주의 정책 운용으로 생겨난 광범위한 서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쇼이기 때문이다.


프린스턴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다섯 가지 ‘보도 준칙(rules for reporting)’을 자신의 책 <대폭로>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 ‘우파 혁명세력’인 부시 행정부의 정책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준칙이기도 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두 번 째 준칙으로 “이들의 진정한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공부하라”고 말했다.


그가 설명한 두 번째 준칙의 구체적 사례로 부시행정부의 감세안을 들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부시행정부는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포장했지만, 단기적으로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널리 인정하는 어떤 경제학 이론도 없다. 경제 성장은 사실 그들의 목표가 아니다. 급진 우파들은 자본에 대한 모든 과세를 없애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것이 이 정부의 감세안이 실제로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책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들이 대중들에게 그들의 계획을 선전하기 전에 이들 정책의 기획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한국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 멀리 볼 것도 없다. 당장 부시행정부가 했던 감세안을 흉내내 실시한 감세안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안 혜택의 70%가 중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고 떠벌리지만 실제로는 감세 혜택의 80%가 철저히 부유층과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 더구나 현 정부는 감세 규모가 5년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실을 숨기고 36.5조원이라고 선전했다. 그리고 올 한 해에만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GDP 대비 5%를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부가가치세와 에너지세, 주세 등 간접세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지면 역진성으로 인해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 정부의 발언과 정책이 모두 이런 식이다. 복지를 한 번 살펴보자. 올해 2월초 이명박 대통령은 보건복지종합상담센터인 129콜센터에서 비상경제대책 현장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제일 중요한 게 신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복지법 체계는 고치고, 도와줘야 할 신빈곤층을 적극 찾으라”는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집에 헌 봉고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된 빈곤층 모녀와 직접 전화 상담하는 ‘쇼’까지 연출했다.

 

그런데 그의 발언과 달리 정책 현실은 어떨까? 올해 보건복지 예산은 74.7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25.9%를 차지하여 겉으로는 매우 크게 보인다. 하지만 2005년부터 정부 세출예산에 포함된 국민연금(7.7조원)과 건강보험(31.6조원) 급여액이 약 39.3조원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한 보건복지 예산 비중은 35.4조원 안팎으로 줄어들어 전체 예산의 12.3%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체 보건복지 예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사회보장연금 지출 증가율이 2005-2007년 증가율 수준인 14~17% 수준을 유지한다면 순수한 보건복지 예산 증가율은 대략 5~7% 정도 증가하는데 그친다. 더구나 법령에 따른 정부의 의무적 지출이나 자연적인 지출 증가분을 제외하고 정부가 추가적인 복지서비스 확대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1.5%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복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복지 예산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정부는 차상위 계층 21만명에 대한 의료급여를 2009년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2008년보다 1만명 줄였다.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간 것이다.

또한 230개 사회복지 사업 가운데 약 130개 사업은 예산이 줄어들거나 동결됐다.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489억원 삭감, 의료급여 4263억원 삭감, 장애수당 409억원 삭감, 노인돌봄서비스 168억원 삭감 등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 예산이 집중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여파로 기초생계급여, 장애수당, 산모신생아도우미, 노인돌봄이바우처 등 각 사업 지원 대상자도 대폭 줄었다. 이들 대상자에게 돌아가는 돈들은 한 달에 겨우 몇 만원~몇 십만원 수준이지만 이들에게는 절실한 돈이다. 이렇게 삭감한 예산을 다 합쳐봐야 1조원이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 등에 막대한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분야뿐만 아니다. 반공 기독교이념에 사로잡힌 철저한 대북 대결 구도 전개(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주인처럼 떠받드는 미국으로부터 왕따당하는 얼간이들이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대통령과 소망교회 출신의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강부자/고소영 내각’, 녹색성장을 외치면서 원전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밝히고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펼치며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로 전락시키는 반환경정부, 공교육을 사교육화하고, 사교육시장을 극대화해서 어린 학생들을 더욱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에 내모는 교육정책, 미분양 물량 매입과 건설 물량 퍼주기로 ‘건설업자 복지’에 열을 올리고, 전 세계가 부동산 거품 붕괴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전매제한과 양도세 감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부, 공익 증진이 아니라 재벌 사업거리 확대를 위한 공기업 민영화 추진, 민주화 이후 진전돼온 천부인권적, 민주적 권리 및 제도 뒤집기 정책-군의문사위 해체, 국가인권위 조직 축소, 집단 소송제와 서울광장 봉쇄 등을 통한 집회결사의 자유 및 인터넷 명예훼손죄 도입 시도 등으로 표현의 자유 제한, 권위주의 정권식 방송 통제 및 낙하산 인사 파견, ‘건국 60년’ 표현을 통한 헌법에 규정된 임시정부 정통성 부인과 뉴라이트 등 친일우파 집단의 득세, 친일우파적 시각에서 역사 교과서 수정 시도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게 불과 이들이 집권한지 1년 반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한 정책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면 합법적 권력을 배경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끈질기게 저지르는 사악한 패악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온갖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민을 외친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복지 혜택은 줄어들고 부유층에 대한 혜택은 늘인다. 한 마디로 이명박대통령이 말하는 ‘서민 우선 배려’는  부유층 지원이라는 자신들의 속내를 얼버무리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서민 경기부양을 외치며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실시해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있고, 4대강 강바닥에 30조원 이상의 돈을 퍼부으며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당장 숨 넘어가는 진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지원 예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니 정부가 말하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거품기에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잔뜩 부추겨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이제는 ‘건설족 정부’에 엉겨붙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체들이 서민이란 말인가.


현 정부는 태생부터가 원래 기득권 계층과 건설족을 위한 정부였다. 그게 현 정부의 유전자에 각인돼 있다. 그래서 현 정부에게 ‘서민을 위한 정책’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제발 생쇼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쇼라고 해도 속내가 뻔히 드러나 보이면 가증스럽다 못해 비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말끝마다 서민을 부르짖지만, 내놓는 정책마다 ‘반서민’임을 이제 웬만한 서민들은 다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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