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이기는 것이 아닌 지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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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찬 [josephshin] 쪽지 캡슐

2004-08-16 ㅣ No.3386

얼마전 모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실험의 내용은, 두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미리 상대방에게 " 내가 당신보다 조금 일찍 낼테니까, 그것을 보고 당신이 지는 가위바위보를 내보라"하는 것입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해 보았습니다만 저는 결코 '질 수가' 없더군요.  상대방이 가위를 낸 것을 보고 나는 보를 내어야 하는데, 어김없이 주먹을 내미는 저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비슷한 실험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합니다. 즉, 상대방에 대하여 이기는 가위바위보를 낸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아, 내 마음속에 이렇게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일상처럼 자리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저와 같은 결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한 순간 '안도(?)'하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시합이나 내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원래부터 그런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배움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저는 후자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만- 상대방에게 질 수 없고, 나아가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이 이러한 것의 저변에 깔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내 가족이, 우리나라 선수가  밖에 나가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무의식의 생각이 결과에 대한 과정의 옳음과 그름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있어온 얘기지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따는 것이 마치 크나큰 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그런한 모양들이 - 이러한 생각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가 아니라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하다고 합니다- 분명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을 하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옳다고 보는 관점에서의 행동에 대하여 그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성급함과 '이기는 것만이 옳은 것이다'라는 착각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지는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잘 되질 않습니다.  상대방이 주먹을 낸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이길려면 '가위'를 내어야 하는데 나는 '보'를 냄으로써 다시 게임의 패자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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