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23/08/29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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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8-12 ㅣ No.5494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23/08/29 화요일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에 앞서서 그분의 길을 닦고 준비한 위대한 예언자입니다. 그는 헤로데 임금의 불륜을 질책하다가 헤로데의 아내 헤로디아의 간계로 순교하였습니다(마르 6,17-29 참조). 세례자 요한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한 것은 4세기 무렵 그의 유해가 있던 사마리아의 지하 경당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재판도 없이 억울하고 어처구니없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나옵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 기사를 전하면서 등장인물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통치자 헤로데는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마르 6,20)지만, 자기 생일을 축하한 의붓딸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22) 라는 어설픈 언약과 딸의 청에 대한 무책임한 응답으로!

 

헤로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였다가 헤로데의 부인이 된 헤로디아는 동생의 아내와 결혼하면 안된다던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19)다가, 딸에게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24) 라며, 딸의 손을 빌어 복수를 합니다.

 

헤로디아의 딸은 어머니의 원의를 들어주는 효녀의 모습으로, 잔악한 어머니의 사주로!

 

헤로데의 생일에 참석한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은 아마도 왕이 내린 결정이므로!

 

이러저러한 핑계 등으로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모두 방관자요 면피자가 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지난 세월 동안 세상에서 일어난 불의와 부정, 비극과 고통을 애써 외면하고 방관하고 남에게 책임과 의무를 미루었던 제 모습을 되돌아 봅니다. 아울러 다른 이의 손을 빌어 복수를 했던 헤로디아처럼, 누군가의 행위로 내게 부담스럽고 피해를 준 이들이 망하기를 은근히 바랐던 순간들도 기억합니다.

 

예수님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미리 예시라도 하듯 펼쳐지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기사는, 마치 나의 행위가 지난 과거의 잘못만으로 그치지 않고, 미래에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예감을 가지게 해줍니다. 주 예수님께서 부족하고 나약한 내게 자비를 베풀어주시어 나를 용서해 주시고, 주님 몸소 채워주시며, 제가 더 이상 무책임하게 지나치지 않도록 이끌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아울러 오늘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죄없이 무시당하고, 버림받고 심지어는 무참하게 제거된 모든 분들을 주님께서 친히 위로해 주시고 갚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없기를 간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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