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성당 게시판

[믿.말.]에 대한 소견(2)...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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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leedy71] 쪽지 캡슐

1999-10-09 ㅣ No.647

+ 샬 롬 + 화창한 토요일 가을하늘이네요. 얼마 전부터 생활패턴이 조금 바뀌었어요.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으면 우선 이메일 확인하고 음악 몇 개 듣고 업무를 시작하곤 했는데 요즘은 요놈의 게시판부터 확인하게 됐지요.. 그러다가 업무시간을 놓치기도... 전화옵니다... 업무개시해 달라고.. 음.. 오늘은 위 주제에 대해 몇 마디 할 까 해요. 원래 소견(2)에서는 제가 알고 있는 신부님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에 대해 쓰고자 맘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밀물처럼 올라온 글들을 읽다보니까 계획이 좀 바뀌었지요... 이 얘기는 조금 나중에 꺼내려고 했는데 앞당겨서 소견(2)에 올립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제가 지금도 키판을 두드리며 글이랍시고 끄적거리고 있지만은 사실 저는 글 쓰는걸 매우 싫어하는 편이예요.(이런 사람이 워떻게 포도나무 편집장 자리에서 2년 가까이 버팅겼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지요.. 다 주님의 뜻이려니..) 왜 싫어하냐고요? 그 이유는 간단한데요. 저는 글재주가 별로 없는 편이라서(어릴때 읽으라는 명작동화나 위인전 같은 건 멀리하고 만화책만 열심히 옆구리에 끼고 살다보니까.. 후훗) 한 줄 쓰려면 생각을 무척 많이 하게 됩니다. 또 이 글이라는 녀석의 속성이란게 한 번 끄집어내면 주어담지 못하는 말의 그것과 사뭇 달라서 수정을 가할 수 있는지라 한 번 써 놓고도 다듬고 또 다듬고 그러다가 지워버리기도 하고 여하튼 하나의 짤막한 글을 쓰기까지 상당량의 시간의 소비와 정신 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헥헥.. 저는 왠만하면 글과는 별로 안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요. 물론 사적인 농담이나 가벼운 유머같은 글들은 말구요. 진한 농담, 야한 유머도 좋아요~~~ 하지만 아무리 조심조심 쓴 글을 올린다(예전에는 '싣는다'라는 말이 어울렸텐데 통신매체의 발달이 우리의 단어 선택에도 변화를 주는군요) 할지라도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느낌이나 해석은 제각각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사람이나 그 글을 읽는 사람이나 양쪽 다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 저는... '흑백논리'와 '편가르기'... 요놈들은 서로 비슷한 동네에서 노는 놈들인데요.. 이 두 가지에 대해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객관식시험에 길들여진 탓인지 하나의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저는 이런게 무지 심했어요.. 어린 시절에. 지금은 약간 심하구요.) 있지요. 그래서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누가 옳으면 다른 누군가는 틀리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너는 이렇게 얘기했지만 내가 본 바로는 이러하다. 고로 너는 틀리다'라는 식의 입장을 갖는 경우죠. 자고로, 한 사물(그것이 사건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이)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는 사람에 따라 틀리게 보일 수 있을 뿐더러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속성이 변하기도 하지요. 그러니 당신과 내가 그 사물을 보는 방향이나 본 시점에 따라 당신과 나의 의견은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차이를 무시한 채 나의 입장만을 얘기한다면 '흑백논리'의 함정에 퐁당 빠져 버리고 말 뿐입니다. 그리고 '편가르기'... 이것도 마찬가지로 어릴 때 반공교육을 하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이른바 '반대'인 사람으로, 심한 경우에는 적으로까지 생각하는 습관이 있지요. 유럽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개성이 강하면서도 지들끼리 뭉쳐서 조화롭게 잘 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 있는데 이를 '똘레랑스'라고 한대요. 영어로는 tolerance(관용, 관대)쯤 되겠네요. 말 그대로 나와 다른 남을 허용하고 관용한다는 의미인데요.. (음.. 어렵다..) 자신이 속한 곳의 이익만 중요시하는(이러다보면 결국은 자신의 이익만 찾게 되더라구요..) 태도보다 요러한 마음가짐이 공동체 내에서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왜 제가 이렇게 길게 주저리주저리 쓰게 됐는지, 도대체 아래에 올라온 어떤 글들이 저로 하여금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는지 그건 별로 중요한게 아니지만.. 흠.. 서로 좀 조심스러워 졌으면 좋겠어요. 특히나, 얼굴을 대할 수 없는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는(내가 밖에서 누구 만나서 조심스러워 하는거 본 사람 없자나...)더 조심하자구요.... 써 놓고나니 너무 길었네요. 이렇게 긴 글 끝까지 읽어주어서 고아워요. P.S 양갱, 빠샤만 보셔요. 양갱. 미안하다. 축구시합 정말 가고 싶은데 친구결혼식이 1시에 있다 나 없이도 승리하리라 굳게 믿는다. 화이팅~~~~ 빠샤. 초대에 응하지 못해 미안해요, 지금이 4신데 아직도 사무실에서 일하고(지금은 타자치고) 있어요. 성황리에 끝나길 바래요. 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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