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시대의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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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kimpaul25] 쪽지 캡슐

2005-02-14 ㅣ No.3235

 

시대의 징표


 안중근 토마 의사는 천주교 신자였는데…….

 일본강점기, 겨레의 독립을 외친 3. 1. 민족 대표에 천주교 신자가 있는가?

 이 두 가지 일이야말로 내 천주교 신자 30여 년의 역사 교사로서, 국사교과서를 펼치기가 참으로 괴로웠던 일이다.

 ‘거룩하고 보편 된….’ 사도신경이 낭랑하다. ‘무엇이 거룩하며, 무엇이 보편적인 진리인가?’라고 자문(自問)해본다. ‘당시에 아픈 병자를 지나쳐 교회로 가던 목자였던가, 아니면 천박한 장사꾼이었나?’ 혼자서 중얼거린다.

 아픈 겨레의 슬픔을 본 우리 선각자들이 횃불을 높이 들었다. 거룩하고 ‘보편’ 된 진리를 가지고 세상에 옥쇄하였다. 저 유신독재에 죽어간 우리의 사제,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들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학순 등등의 목자의 울음소리에 길 잃은 겨레는 마음을 가다듬고, 희생양이 되어 한국교회를 일으켰다. ‘그래도 천주교야!’ ‘내가 종교를 믿으려면 그래도 천주교를 믿겠다.’라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옮겨져서 우리 교회는 신자 300만을 훨씬 넘겼다. 겨레의 속병을 고치는 데 자신의 피를 뿌렸던 청사이다.

 요즘, ‘아직도, 천주교는 역시 좋아!’라는 말이 꼬리를 감추고 ‘그게 그거지 뭐! 종교라는 게 다 그렇지!’하는 소리를 듣기 일쑤인걸 보면,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여러 탓으로 돌리고, 어찌 수수방관만 하겠는가?

 우리 교회가 일제라는 이민족에 울 때에는 제 역할을 못했지만, 유신 독재의 속박에 제 역할을 톡톡히 잘해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교회 밖에서 드려다 보는 우리의 자화상을 우리는 안다.

 국제무대에 올려 진 허리 병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우리 3천리 강토가 수술대에 올랐다. 중환자에 여러 나라의 집도의사들이 이리저리 제 실력만 주장하고 있다.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다. 뉘 있어 이를 고치겠는가? 이는 분명 우리 겨레 자신이 의사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신앙인의 복음 정신이 제일의 의술이다.

 복음은 사랑이요, 용서요, 화해이다. 원수를 사랑하는 십자가이다. 입으로 낭독하는 신경이나 복음이 아니요. 명실(名實)이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함께 갈 때 역사의 징표는 천주교에 별빛으로 길을 열어줄 것이다. 어찌 구차하게 오가는 사람을 불러 모아 진리가 이렇고 저렇다고 외쳐서 정치꾼처럼 애걸하겠는가?

 오늘, 신부님의 강론이 하늘을  꿰뚫어 울렸다. 언성은 높아지고 호소는 성당 안이 좁다고 몸부림쳤다. ‘겨레가 안으로 아프고 밖으로 아프고……!’ 아마도, 노 사제께서는 어젯밤 겨레의 신음에 한잠도 못 주무셨나 보다.

 북한에 굶주려 신음하는 동포에게 보내는 쌀이 무기가 된다고 막아서는가? 미, 중, 일, 러라는 나라는 도대체 누구인가? 가쓰라.태프트 조약,  한일 합방조약, 거문도 사건, 중국의 무수한 침입, 이러한 사건은 우리 겨레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한집안의 분란이 울타리  밖에서 화합하기 어려울진대,  우리는 신자 복음정신으로 아픈 그들을 감싸 안는 푸근한 가슴을 만들어 내 후손들에게 넘김이 성서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는 고조선 2000년 이후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시대, 발해 통일신라 남북국시대, 후삼국시대의 1000년의 피 비릿 내 나는 한겨레의 싸움을 우리는 다시 아프게 음미해야 하리라.


 지금, 노 사제가 두 손을 굳게 잡으시고 가슴에 대신다. 그리고 시대의 징표를 말씀하신다. 그의 천진한 양들을 깨우신다. 양은 목자의 소리를 알아듣는다.

 주님, 이 겨레를 하나  되게 하소서! 미움이 사랑보다 훨씬 많은 내 탓을 용서하소서. 올 봄에는 영변 약산 진달래꽃도 활짝 피게 하소서.  사뿐히  즈려밟아 남북 한겨레가 만나는 진달래꽃동산을 우리의 마음마다에 가꾸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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