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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이야기 - 12) 형의 발꿈치를 잡은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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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열 [ryuwy] 쪽지 캡슐

2003-09-16 ㅣ No.1385

12)  형의 발꿈치를 잡은 동생

      (야곱과 에사오 - ①)

 

야곱과 에사오의 이야기는 다른 존재와의 경쟁심과 그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로부터 도망가지만 결국 서로를 받아들이고 화해함으로서 같

은 땅을 차지하게 되며 함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는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분쟁에서 화해와 화합으로 나아가는 길은 매우 어렵고

외로운 길이기도 하지만, 양측이 반드시 걸어야 하는 ’거룩한 길’이기도

하다.

 

야곱과 에사오는 쌍둥이 형제다. 에사오의 말과 행동은 풍자적이기 때

문에, 그는 거친 말을 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와 달리,

야곱은 깊이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출세하고자 한다. 그는 형에게

맹세를 강요하며 형의 장자권을 빼앗는다. 물론 야곱이 쉽게 장자권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은 형이 장자권을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다.

 

-야곱의 부도덕한 행위-

성서 저자들은 야곱이 축복을 받은 것은 그의 선행 때문이 아님을 여

러 차례 지적한다.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에사오의 발꿈치를 잡고 아

왔다 그래서 그 이름을 야곱(’하느님께서 보호해주시기를 !’이라는 뜻일

수 있다.)이라 했다.

 

야곱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하여 에사오는 ’나를 두 번씩이나 뒷발질하

라고 그 녀석의 이름이 야곱이었던가 ?  저번에는 내 상속권을 빼앗더

니, 이번에는 내가 받을 복마저 가로채는구나!’하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하느님의 정의와 인간의 정의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정의

는 ’제 행실대로 갖는 것’에 기반을 두고있으나, 자신의 선한 행실 때문

에 창조주로부터 그에 합당한 대우나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피조물은 없다. 결과적으로 하느님께서 에사오 대신에 야곱을 선

택하시고 그와 계약을 맺으시며 그를 축복하신 것은 어디까지나 하느

님의 사랑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부도덕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을 거저 베푸신다는 것이

다.

 

"실상 자식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아직 선이나 악을 행하기도 전에, 하

느님 선택의 목적이 유효하며, 행업이 아니라 부르시는 분께 달려있다.

야곱은 내가 사랑했지만 에사오는 내가 미워했다"

 

이와 같은 형제들의 분쟁은 예로부터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가장 큰

인생고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형제들의 분쟁은 부모 혹은 다른 사람

을 괴롭히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아무튼 자유롭게 선택하고 축복하시는 하느님의 논리는 분명히 자연

세계에서 볼 수 있는 인과 응보의 원칙과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

다. 특별히 하느님의 은총은 무조건적인 것이기에 합당한 행위에 대한

대가로 받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인간과 맺으신 계약관계 역시

그분의 선택으로 인한 것이지 인간의 선행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지만 결코 동일하

게 사랑하시지는 않는다. 그 분은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정의와

공정, 그리고 사랑으로 대하시며 각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인간을 사랑

하신다.

 

그러나 카인과 아벨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

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복을 가로 챌 때 상대의 원한을 사

게 된다. 그래서 인간사회에 불의와 모든 형태의 죄스런 관계가 생겨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형제와 화해를 할 때 참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창세 33, 1-17)

 

 

 

우리가 배워야할 중요한 교훈은 ㉠ 생명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

는 점이며, ㉡ 가정 안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기도하는 것이

라는 점입니다.

’하느님께만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그 분만을 의지하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할 도리이다.’(시편 55, 22) 그들이 기도한다는 것은 생명이 선물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부모들이 부모 마음처럼 살지 못하는 자식에 대해 한탄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 것은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낳아주었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인간이 없는 것에서 참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 아무리 내 자식이라 하더라도 그 자식의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부모는 단지 하느님께 몸을 빌려드려 자식을 낳

은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하느님을 대신하여 자식을 양육하는 대리

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은 ’나’아닌 ’다른 사람’역시 하느

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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