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기쁜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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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1동성당 [suyu1] 쪽지 캡슐

2005-10-14 ㅣ No.478

 

 

서강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장영희 교수님은 몸이 불편한 분입니다. 하지만 신체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땀을 흘리면서 후학들을 길러내고, 좋은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신체장애에 대한 사회의식이 전혀 없던 70년대 초반, 내가 대학에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너무나 힘들었으니, 대학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행히도(아니, 아이로니컬하게도) 내 학교 성적은 좋았고, 나는 꼭 대학에 가고 싶었다. 내가 고3이 되자 아버지(고 장왕록 박사)는 여러 대학을 찾아다니시며 입학 시험을 보게 해 달라고 구걸하듯 사정하셨지만, 학교측은 어차피 합격해도 장애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했다. 어버지는 당시 서강대학교 영문과 과장님이셨던 부루닉 신부님을 찾아가 제발 시험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신부님은 너무나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씀하셨다.
"무슨 그런 이상한 질문이 있습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지 다리로 보나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 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두고두고 그 때 일을 말씀하셨다. "마치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기쁜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고....>

사랑하는 딸의 대학 진학을 위해 장애인 차별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으려고 백방으로 애를 쓴 아버지 장 왕록 박사님,
우리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면서 몸이 불편한 학생에게 선뜻 기회를 허락한 브룩닉 신부님,
정말 기분 좋은 분들, 신선한 충격을 주는 분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쁜 바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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