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내가 아닌지?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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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moni0919] 쪽지 캡슐

2002-10-09 ㅣ No.3974

 

 

    그렇게 바삐 갈 거면서 뭣하러....

 

 

 

사람들 떠나버린 그 뒷자리

 

불꺼진 싸늘한 성전 높은 자리

 

 

돛대처럼 우뚝 솟은 그 자리에 외로이 달려 계신

 

주님은 지난밤 또 얼마나 많은 눈물로 지새우셨을꼬...

 

 

밤바다 흘리신 님의 고독한 사랑의 눈물들..

 

동틀 무렵이면 성전입구 성수 항아리를 가득 채우네

 

 

십자가의 고독한 사랑으로 흘리신 님의 귀한

 

눈물방울은 묵은 영혼 씻기우는 성수 항아리를 가득 채우네

 

 아...

 

흘린 눈물 남김없이 고이 담아 성전 문 앞 한쪽에

 

놔두시고 당신 찾아오는 이에게 손수 선물하시네

 

 

그리고 귀한 것 인줄도 모르고

 

우리는 성의 없이 찍어대기만 했구나....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리는 성전에 들어서면

 

무심결에 성수 몇 방울 찍어 바르고는

 

 

어디 앉을까 두리번거리다가

 

지정석이 되어버린 맨 뒷자리 찾아 앉기 바쁘네

 

 

일주일에 한번 찾은 성전이면서

 

제대 가까이 앉아 주님 뵈옵는 게 도리겠건만

 

 

앞자리 찾아 앉으면 마귀가 와서 물어나 가나,

 

텅텅 빈 앞자리 놔두고서 하필이면 맨 뒷자리인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군수군 잡담하련

 

 

고작 일주일에 한번 주님 찾아뵈면서

 

멀찍이 앉아서는 제 할 소리는 다하네, 그려

 

 

천국행 티켓은 성전 맨 뒷자리에 모두 숨겨놨다고

 

 

누가 그러던 가... 성경엔 그런 말 없던데..

 

 

주님은 뵙고 가는지..

 

아님, 돈()푼 내밀고는 제 할 일 다 한양

 

 

마침 성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 털고

 

성전 문 나서는 뻔뻔한 모습들은 아닌지...

 

 

돈()푼 던져두고 허둥지둥 바쁜 걸음으로

 

십자가 등지는 사람들아..

 

 

그렇게 바삐 갈 거면서 무엇 하러 성전에 들어섰는가?

 

 

요즈음 같이 좋은 세상, 못 온다고 전화나 한 통하고

 

봉헌금은 미리 온라인 송금이나 할 것이지,

 

 

그리도 바쁜 몸 이끌고 와서 허둥지둥 뒤 돌아설 걸

 

무엇 하러 굳이 이 힘든 길 왔는가...

 

 

머잖아 안방이나 길거리에서 문명의 이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어 미사참례 할까 하네 두렵네

 

 

어쩌면 주님의 거룩한 살과 피도

 

배달해 달라 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네

 

 

이런 얘기 들으면 모두들 경악하겠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아니라 하겠지...

 

 

그러나 어찌 알겠는가 우리의 마음을

 

지금의 모습이 내일의 모습인 것을..

 

 

나는 절대 아니라고... 호언장담하지는 마소

 

 

고백성사 보는 게 귀찮고 두려워 겨우겨우

 

주일미사 참례하고는 부리나케 성전을 나서는

 

 

우리의 못난 뒷모습이 안 봐도

 

훤한 한 주간의 우리 삶이 아닌가 싶네..

 

 

주님을 뵈러 오는 건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만나러 오는 건지

 

 

부질없는 사람들 눈 도장만 찍고 가는 듯 하네

 

하나같이 똑같은 인간들 소리는 다 들으면서

 

마음에 울려대는 주님 음성은 들으려 하지도 않는 것 같네

 

 

한 주간 죄 고백은 남김없이 했는지...

 

미사 중에 주님과 대화는 좀 나눴는지...

 

 

사제 퇴장하기만 기다렸다는 듯 성전 문 박차고

 

나서는 사람이 미사 중 1분1초인들 주님과 일치했겠는가

 

 

매정한 사람들아

 

주님은 그래도 당신들 오기만 기다렸는데

 

 

제 할 소리만 주절주절 다 늘어놓고선

 

아들, 딸 어루만지고픈 부모 심정 외면하고서

 

그리도 서둘러 매정한 발걸음 옮긴단 말인가

 

 

어째서 그리도 매정하고 이기적인가

 

 

당신네도 자식 키워봐서 알지 않는가  

 

부모 마음이 어떤지

 

 

하루 24시간, 일년365일, 일년, 이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의 사랑과 자비에도 불구하고

 

하루 한시간의 감사에도 우리는 이리도 소홀하네

 

 

사람들아!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우리가 진정 두려워 할 것은

 

주님의 숨결이 무뎌지는 우리의 마음일세

 

 

이제라도 마음 밝혀 주님 뵈옵세

 

주님은 늦은 마음이라 탓 할 분 아니라네

 

 

그 분은 참 좋으신 분이라네

 

님의 고운 사랑 향 흩뿌려지던 날

 

 

무딘 이 마음에도 님 향한 노을 빛 그리움

 

곱게 물들여졌다네.....

 

 

(반성하는 마음으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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