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이석기 RO서 "싸울 결의 하러 왔다"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4-01-08 ㅣ No.10135

법정서 회합 녹음 파일 틀어보니
"위기 운운하는데 위기 아닌 전쟁"
"내란 모의 아닌 강연” 주장과 달라"

 

“이 자리는 정세를 강연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당면 정세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싸울 것인가 결의를 하기 위해 왔다.”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5월 10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비밀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에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공개된 당시 녹음 파일을 통해서다. 이 의원 등의 변호인단이 그간 5월 10일과 이틀 뒤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수사회에서의 모임에 대해 “단순 정세 강연”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이날부터 RO 내부 제보자 이모(46)씨가 녹음한 파일을 듣기 시작했다. 전체 47개 파일 중 32개를 증거로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7일에는 검찰이 내란 음모 혐의를 적용한 핵심 내용이 들어 있는 곤지암·합정동 RO 회합 녹음 파일을 틀었다. 곤지암은 1시간, 합정동은 4시간30분 분량이었다.

 곤지암 회합에서 이 의원은 “조금 전에 위기 운운하는데 위기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발언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앞서 그해 3월 5일 북한이 정전협정 폐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연을 하는 중 김근래(47·구속 기소)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술에 취해 들어왔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자네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고 소리쳤다. “정세 강연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그러곤 “오늘 장소는 적절치 않다. 소집령이 떨어지면 바람처럼 오라”고 모임 종료를 선언했다. “아이를 안고 오지 마시라. 전쟁터에 아이를 데려가는 일은 없지”라고 덧붙였다. 실제 녹음 파일에서는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와 어린이 말소리 등이 들렸다. 그동안 변호인단은 이를 근거로 “준비된 내란 음모 관련 모임이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왔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음 파일에는 모임이 사전에 준비됐음을 시사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곤지암 모임 사회를 본 김홍렬(48·구속 기소) 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준비된 다른 건 모두 생략하고…(중략)…사전에 토론과 그리고 발표와 관련된 시간이 있었으나 부득불 오늘 이석기 대표님 말씀을 듣고 전체 일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이날 회합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합정동 모임에서 이 의원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3차 핵실험 성공을 거론하며 “총체적 북의 전 역량이 그간 조·미(조선·미국) 간의 낡은 고리를 끊어내는 대결산 선포가 바로 정전협정 백지화다. 그 다음부터 전개된 게 전쟁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놈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조선민족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녹음 파일은 부분 부분 잡음이 심했다. 이 때문에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곤지암 회합 때 이 의원이 술에 취한 김 부위원장에게 뭐라 말했는지에 대해서다. 검찰은 그동안 “‘지휘원’이라 불렀다”고 했으며 이를 근거로 “RO는 실체가 있는 조직이고 이 의원이 총책”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7일 녹음을 들은 뒤 “‘지휘원’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원지법은 오는 17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다른 녹음 파일들을 모두 공개 청취할 계획이다. 이어 이 의원 등 피고인 심문을 한 뒤 이르면 다음달 초순께 선고공판을 할 예정이다.

수원=윤호진 기자



198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