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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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주 [dalton] 쪽지 캡슐

2000-12-26 ㅣ No.2376

찬미예수

 

성탄절이 지나갔습니다. 성야미사가 끝나고 내리는 눈을 맞으며 집으로 가던 그 뿌듯함은 오랫동안 잊지못할 듯 합니다.

많은 이들이 성탄절을 위한 준비에 고생을 하신 흔적을 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조금은 아쉬웠던 것들이 있어 적어봅니다.

 

첫째, 구유예절시 아기예수님 앞에 놓인 봉헌바구니가 거슬렸습니다. 오랜만에 경건하려고 노력하면서, 줄지어 가서, 앞 사람이 옆으로 비키자 나타난 ’돈통’은 정말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아기예수님을 뵙고, 인사도 드리고..그런 나의 계획은 한순간에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황급히 꾸벅하고, 봉투를 넣고, 그리고 돌아서는 기분은 너무 썰렁했습니다.

그 봉헌바구니를 차라리 경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곳에 두었었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일년에 한번, 아기예수님을 뵙고 가질수 있는 감동을 잃어버린 기분입니다. 참고로, 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신앙심이 독실한 제 아내가 구유경배를 마치고 이러더군요.

"이게 무슨 경배야? 그냥 돈 내는 거지.."

제가 처음으로 들어본 교회에 대한 아내의 불평이었습니다.

 

둘째, 참으로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그날의 성가대는 영..아니었습니다.

아래에 어느 분이 성가대가 수고하셨다는 글을 남기셨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옛날의 엔젤 성가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날 미사전에 제 아이는 (중1) 오늘은 엔젤성가대라고 하며 좋아하였고, 저도 기대를 하였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들은 엔젤 성가대의 음악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모든 파트에서 연습부족이 보이더군요. 아래에 어느 분께서는 ’피로’라고 하셨습니다만, 제가 보긴 연습부족입니다. 특히 여러 도입부분에서 버벅대는 소리가 들리는데는 참 민망했었습니다. 게다가 몇 부분에서는 가사도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 파트의 한계를 극복 못하는 것이야 그렇다치지만, 수시로 튀어나오는 ’오버’들. 연습부족입니다.

처음엔 긴장했나보다 또는 주변이 소란해서 그러나보다 하였지만, 결국 미사가 끝나고 나올 때는 우리집 모든 식구들이 다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애까지도 ’옛날엔 잘 했는데..’ 하더군요.

노래의 선곡도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아래 어느 분의 의견도 있고 해서 저도 거론합니다.

새로운 시도도 좋습니다만, 그날은 성탄절입니다. 좀더 대중적인 성가가 더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때입니다. 엔젤성가대의 ’발표회’가 아니란 것이죠. 그리고 어차피 선곡을 했으면 많은 연습으로 가사를 외우다시피 해야 하는데, 라틴어를 읽는 수준으로 노래를, 그것도 합창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하여간 좀처럼 듣기 어려운 성가를 들은 것으로 일부 보상은 받은 셈 입니다. 아울러 선곡이 시의적절했는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불평을 해서 당사자들께서는 기분이 나쁘실 겁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본당을 위한다면 비판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수고하신 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드린 저를 용서하시고, 그냥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많은 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때,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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