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성당 게시판

걸인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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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순 [husac3] 쪽지 캡슐

1998-12-16 ㅣ No.16

 

그는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이라고나 할까?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다.

눈길을 끌만한 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그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우고 피해 갈 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로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받아주었구나.

우리는 그가 천벌을 받은 줄로만 알았고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를 받는 줄로만 여겼다.

 

그를 찌른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 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구나.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해매며

제 멋대로 놀아났지만,

야훼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 번 열지 않았다.

도살장으로 끌러가는 어린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깍이는 어미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억울한 재판을 받고 처형당하는데

그 신새를 걱정해주는 자가 어디 있었느냐?

그렇다. 그는 인간사회에서 끊기었다.

우리의 반역죄를 쓰고 사형을 당하였다.

폭행을 저지른 일도 없었고

입에 거짓을 담은 적도 없었지만

그는 죄인들과 함께 처형당하고,

불의한 자들과 함께 묻혔다.

야훼께서 그를 때리고 찌르신 것은

뜻이 있어 하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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