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밥통의 진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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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fr.stephanus] 쪽지 캡슐

1999-04-22 ㅣ No.446

찬미 예수님

오랜만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시험 때가 되어서 그런지 또 봄바람에 지쳐버렸는지 하여튼 힘을 내십시오. 요리사가 그러는데 봄에 나물이나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하네요. 지친 몸에 입맛이 나게 하고 비타민도 보충해 준대요. 알겠죠?

 

밥통으로 인해 회장님께서 못난이 삼형제와 대건 안드레아에게 혼이 나시는군요. 그런데 그 교사들이 밥통의 참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것도 저의 생각이지요. 선배가 항상 후배의 저녁을 항상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지요. 모 주일학교 선생님께서는 만나기만 하면 밥 사달라고 조릅니다. 왜 사줘야 하지요? 그리고 왜 사달라고 해야 하나요? 친분이 있다보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귀엽고 기특하게 받아들여지고 또 그들의 열심한 모습에 사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지요. 그런데 당연히 내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책임을 지닌 신부님이나 수녀님, 청년협의회 회장님이 저녁이나 after를 책임져야 한다면 그것은 누가 지워준 책임입니까? 정말 밥통을 사주면 그 밥통을 받은 4명의 선생님은 성당에 오는 매일 저녁이나 또 다른 사람이 고기 먹으러 갈 때 지하실에서 밥 해먹으면서 지낼 수 있을런지요? 얼마나 회장님을 괴롭혔으면 밥통을 사준다고 이야기했을까요.

 

제가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지도신부로서 공정한 처사가 못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신경쓰고 열심히 하려는 회장을 보면서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4명의 선생님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제가 밥통을 사줘서 지하실에서 잠잠하게 지내게 해두는 것이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나면 저에게나 다른 분들에게 김치 내놔라, 된장 내놔라 등등으로 반찬타령을 하리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우리의 수고는 과연 밥통하나에 팔아버리기에는 너무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요? 열심히 수고하면서 밥통 하나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제가 이 늦은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밥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 나눔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밥통 하나로 그분들의 수고와 바꾼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들이 선배가 좋아서 장난을 좀 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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