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이 스테파노 신부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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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웅회 [guandrea] 쪽지 캡슐

2001-01-28 ㅣ No.5513

그리스도 우리의 은총!

 

답십리 본당으로 가신 스테파노 신부님께서 본당 주보에 글을  실어 주셨습니다.

 

신부님 말씀대로 그리움이 곧 사랑이란 말씀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저도 벌써 신부님이 그리우니 신부님을 사랑한거 맞죠?  못보신 분들을 위하여

 

신부님의 글을 아래에 올립니다. 저의 타이핑 실력이 수준이상이라 나은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문정동 성당을 떠나며

 

† 찬미 예수님!

 

오랜만의 한파가 우리의 몸을 차갑게 하고 움츠려들게 합니다. 형제 자매님들의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또한 건강하시길 빕니다.

 

 문정동을 떠나 이곳 답십리 성당에 온 지도 두 주일이 다 되어 갑니다. 저는 주임신부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본당의 교우분들의 배려로 건강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두 여러분들과 지내면서 배운 것들을 여기서 써먹고 있습니다.

 

 이곳은 참으로 가난한 동네입니다. 인사를 나누는 신자들의 반 이상이 손톱 밑에 기름때가

있거나 거친 손가락이 터져서 빨간 속살이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복음적인 가난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사람이 모인 공동체라면

어디나 선과 악이 함께 존재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복음을 실천하는 분들이 이곳에서는

눈에 보이게 드러납니다.

이곳 답십리 성당에는 ’점심 나누기’ 라는 이름으로 무료급식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주일에 한 번 했지만 이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역의 모든 신자는 한 달에 오전 반나절을 이곳에서 봉사를 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열심입니다.

 

 제 방은 햇볕이 너무 잘 들어서 한 낮에는 커텐을 쳐서 차광을 해야 할 정도입니다. 형광

등 불빛 아래 살아갈 황영욱 루가 신부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아픕니다.

 

 문정동에서의 2년의 시간은 저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에서 삶이 결정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남자가 어떤여자를 만나고, 한 여자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일어나는 삶의 변화는 너무나 큽니다. 마찬가지로 사제의 첫

삶을 어느 본당에서 지내느냐는 것과 어느 신부님과 만나느냐는 것도 중요합니다. 새 사

제이기 때문에 저를 가르치시려고 불편함을 감수하셨던 김택암 베드로 신부님. 제가 힘들어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자신의 모습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그러면서

도 그래도 아버지처럼 또 아버지이신 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위로를 하며 고마움을 느

낍니다. 또한 부족한 저를 항상 부드러운 말로, 따뜻한 마음으로 저에게 다가와 가르쳐주시

고 도와주셨던 여러분 모두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사랑을 받았는데 어디 가

서 이렇게 사랑을 받고 또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좋

아했습니다. 사제가 되어서 그 그리움이 사랑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그리움을 좋

아합니다. 하느님께서 받은 사랑을 그리워 합니다. 문정동에서의 모든 생활을 그리워합니다

. 저로 하려금 그리워 하게 하는 모든 것이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보좌신부로 있으면서 저의 사도직에 함께 하시고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감

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와 만나고 함께 했던 모든 분들. 여러분은 스스로 제가 고

마워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십시오. 문정동에서의 삶에서 털끝만큼의 섭섭함이나 미움이 없

기에 저는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사랑 받고 복 받고 떠났습니다. 여러분들이 허락하시고 제

가 여건이 된다면 여러분의 희로애락에도 항상 함께하고 싶습니다. 떠났으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움의 시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양들을 위해 목숩 바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온 예수님을 따라 걸어가겠습니다.

 

 정 많고 따뜻한 김태선 빈첸시오 신부님, 수녀님, 성당식구들, 문정동 교우 여러분 모두에

게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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