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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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07-27 ㅣ No.5481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23/08/16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법화경에 나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으로,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마태 18,15) 예수님께서 하시는 이 말씀은 어떤 때는 정말 실현하기가 너무나 힘겹고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서로를 각자 마음에 담고 있으면서도, 멀기만 한 마음을 바라봅니다. 서로 사랑하면서도 같이 살지 못하고 헤어지는 사람, 서로 사랑했으면서도 다시 만나지 못하는 사람, 합쳐져야 하는데 다시 합치지 못하는 사람들. 부부들, 형제자매들, 가족들, 남북의 이산가족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진심을 드러내고 실현시키지 못하는 남북의 정권 지도자들. 안타까운 사람들 사이의 관계들입니다. 자존심 때문일까?! 감정의 골이 깊어서인가?! 화해는 그야말로 멀고 먼 길인지를 다시 되새기게 합니다.

 

둘만이 해결되지 않아서 중재자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 지어야 하기때문이다.”(16) 하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으면, 서로에 대한 진심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시 합치고 싶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17) 한 사람의 중재자만이 아닌 교회 공동체의 관심과 배려와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입니다. 언제 해결되고 다시 합쳐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서로의 진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다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기도와 염원이 하늘에 오를 때, 천상 교회의 식구들도 우리를 바라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18) 아마도 천상 교회에는 사랑하면서도 갈라진 수많은 영혼들도 끼어 있어, 우리의 아픔과 염원과 절실함을 이해하고 지지해줍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19-20)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기도하면 다 들어주실 것이라고 하신 주님의 약속을 기억하며 기도합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사랑이 다시 회복되고 깊어짐으로써 내 맘 안에 회개와 화해의 정이 샘솟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염원을 주님께서 당신 품 안에서 다독여 주시고 무르익게 해 주시고 마침내 그 날 우리가 하나 되게 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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