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성당 게시판

제가 어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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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anthwa] 쪽지 캡슐

2000-05-13 ㅣ No.673

 제가 어린 모양입니다. 무언가 어떻게 해보려했던 생각의 시작부터가 어렸습니다. 이제 정리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성가대에 가졌던 애정, 사람들과의 인연이나 사람들에게 제가 느꼈던 감정 모두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나이들고 짬밥되는(?) 여러분들이 꾸리시는 성가대에 저같은 애 하나 없다고 별 지장이야 있겠습니까? 임원 시켜놨더니 무책임하게 그만둔다고 그러시렵니까? 그 책임 다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할때에는 관심이나 가져주셨습니까? 저의 무책임과 여러분의 무관심 중 어느 것이 더 클지는 여러분 판단이시겠죠.

 

 약속을 지키지 않고, 그런 자신들을 너무도 당연시하는 여러분이 싫습니다. 시간 약속 하나를 하더라도 난 원래 그래왔으니까 어겨도 된다고 당연히 생각하는, 임원으로 뽑으며 도와주겠노라 약속해 놓고 무관심과 조소로 일관하는, 의견을 같이 하기로 해놓고 나 몰라라하는 여러분이 싫습니다.

 

 나이와 경륜으로 똘똘 뭉쳐 어린 사람이 뭐라고 짖어대건 그 큰 흐름을 고수하시는 여러분이 싫습니다. 자기 자신이 청년임을 망각한채 나이만 한살한살 먹어가며, 이젠 먹은 나이만큼 대접받아야하고, 웬만하면 본인이 움직일 일이 아니라며 엉덩이 붙이고 않아서, 밑에 것들 일하면 손하나 안거들다가, 끝나면 감내라 대추내라 할 얘기 다하고 사시는 여러분이 싫습니다. 그 큰 흐름 고수하시느라 사람들의 웬만한 아픔쯤이야 지켜본 후 얘기하자며, 수수방관하시는 여러분이 싫습니다.

 

 조그만 성가대에서 조차 본보기가 되지 못하는 본인들이 마치 더큰 물 만나며 그 능력을 펼치리라 착각하시는 여러분들의 모습도 싫습니다. 작은 것도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하고, 그속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릇들이 해나가는 연합이며, 공동체가 과연 얼마나 잘될지는 두고보겠습니다. 물론 이런식으로 주저앉는 저자신 또한 이정도 그릇입니다.

 

 그렇게 훌륭하시고 경륜 높으신 여러분들이 왜 임원 뽑을때는 모두다 뒤로 빠지시며 어린 사람들 시키십니까? 능력이야 넘치지만 약속해 놓고 지킬 자신들은 없으셨습니까? 더 이상은 잡무에 허비할 여력이 없으실 만큼 성가대 생활 오래하셨습니까? 사회생활 새롭게 시작하시며 적응하시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여력이 없으십니까? 상대적인 것입니다. 여러분보다 힘들고 치열한 삶을 살면서도 어린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주셨던 분들도 있으셨습니다. 어린 사람들 말에는 귀기울이지도 않으며 일 바로 못한다며 조소하고 험담하는 여러분들은 그들이 더이상은 드럽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면 분명 인간이 덜 되었네, 어쩌네 하고 욕들 하시겠지만 누워 침 뱉기입니다.

 

 십년을 채우신 선배님이 나간다고 하셨을 때 잡을 필요 없다며, 보내주라고 말씀하셨던 여러분들은 지금 그자리에서 아무런 본보기도 보이지 못한채 서있습니다.

 

 저도 편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뜻을 굽히지 않기위해 큰소리도 치고 대들어도 봤지만 이젠 지쳤고 쉬고싶습니다. 시키는 일이나 하며 절대 나서는 일 없이 그저 그렇게 성당생활하다가 저 역시 때가 되었다고 여겨지면 다 털고 나가서 제 앞길이나 추스려야겠습니다. 얼마나 편한 생홯입니까?  어차피 서로 남남인데 무슨 신경쓰고 살 일이야 있겠습니까? 잘들 지내시고 열심히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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