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다해 연중 제 17주간 토요일

복음 : 마태 14,1-12

날씨도  더운데 굳이 갑옷을 입고 있을 필요가...

인간적인 권세를 누렸지만 그 누구보다도 비굴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었던 헤로데의 인물됨이 오늘 저의 묵상을 이끕니다.

그의 삶은 권력의 어느 자리에 있든지 인간의 품격은 그 지위 고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또한 세상의 명예와 권세란 탐욕과 허영심의 산물이고, 그 이면에는 죄악이라는 썩은 냄새가 물씬 나게 마련이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가져온 그의 행동은 과장된 허울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참된 진실을 무너뜨리고 마는 행위입니다. 진실은 외면한 채 억지로 만들어 세운 허영심과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그의 못난 모습에서 의로움이 무엇인지를 보게 됩니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음에 품은 뜻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던 헤로데! 요한을 죽이면 일이 악화될 것 같아 갈등하며 근심했을 법한 그는 결국 "맹세까지 했는데"라는 첫째 이유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라는 둘째 이유 때문에 결국 요한의 목을 벨 것을 결심합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약속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손님들, 즉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이중인격적인 헤로데의 모습은 바로 더운 여름 날에도 갑옷을 입고 있는 내 자신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님 앞에 벌거벗은 채 서 있는 나의 모습! 날씨도 더운데 굳이 갑옷을 입을 필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