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소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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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충희 [rch1104] 쪽지 캡슐

2005-01-10 ㅣ No.3212

영혼의 속삭임

 

소금

김 윤 희(이레네)

나의슬픔과괴로움의

하느님이다식탁위에

놓인한숟갈의소금은

나의敵이다나의그리

움이다나의희망이다

나의영혼이다나의순

결이다나의최후의비

방이다나의성경이다

나의영원한法律이다.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어린이든 어른이든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 근사한 소망과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주님과 성모님께 기도하고는 하지요. 여러분께서는 새해에 무슨 소망과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셨는지요? 아마도 온갖 질병으로부터 완쾌되시기를, 자식들이 좀더 잘 되기를, 나와 가족이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새해를 맞이하셨겠지요. 그리고 나의 이웃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기를, 경제가 좀더 나아지기를, 이 세상에서 전쟁과 테러가 없기를 기도하셨겠지요. 더 나아가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주님과 성모님께 약속드렸을 수도 있지요. 위에 인용된 시의 형식이 네모반듯하게 이루어진 까닭은 이 시의 제목에 해당하는 ‘소금’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새해를 맞아 우리들이 자신과 했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섣달그믐까지 철저하게 지켜날 수 있기를 시인 자신은 바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빛과 소금’을 비유로 들어 많은 것을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미 이 말에 익숙해 있지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 그런 소금은 아무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마태복음, 5장 13-14절) 위에 인용된 시에서 시인이 ‘소금’을 “나의 슬픔과 괴로움의 하느님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에만 기도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식탁 위에 놓은 한 숟갈의 소금은 나의 敵이다”라고 다시 정의하는 것은 우리들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우리들은 너무나 손쉽게 그 기도를 포기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 주실 것이다.”(마태복음, 6장 5-6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기도의 힘, 소금으로 비유된 그 힘을 이 시에는 ‘그리움, 희망, 영혼, 순결, 최후의 비방, 성경, 영원한 法律’로 표현하였습니다. 우리들도 새해에는 더욱 진실한 마음으로 한 숟갈의 소금, 음식 맛을 더욱 좋게 하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소금이 되어 아무도 안보는 ‘골방’에서 기도하면서 우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에 올바른 신앙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윤호병 빈첸시오, 문학평론가,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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