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RE:4804]

인쇄

박현승 [hyunseung000] 쪽지 캡슐

2002-03-11 ㅣ No.4807

장님의 모험...

 

그렇다!

 

우리가 따르고 있는 그 지도자들 모두가 장님일 것이다.

 

28년...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내 스스로가 생각을 하게된것은 아마도 그보다 훨씬더 짧을

 것이다)

 

짧은 세월이었지만...

 

누구나가 그렇듯이 내 나름의 슬픈일들과 기쁜일들을 경험했고,

 

수많은 잘못과 때로는 내 스스로를 만족시킬만한 작은 선행도 행하며...

 

그렇게 나는 살아왔다.

 

어린시절 나는 나의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어른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였었다.

 

이런 저런... 내가 아닌 내주위에 어른들의 선택으로 난 그렇게 살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축구를 할때... 난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축구를 그들과 함께 했고,

 

다른 아이들이 놀이공원에 가면 나도 역시 그들과 함께 그곳에 가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다.

 

행여 돈이 없어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발생될때 난 "돈이 없어"라는 이야기

 

대신에 아이들이 생각해내기 힘든 그런 완벽한 거짓말을 하곤 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다" 라는것을 인정 받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난 인정 받아야만 했었다.

 

그것은 다른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하는 선택의 문제였었겠지만

 

나에게는 생존(비슷하게 느낄수도 있지만 생활과 생존은 너무나도 다르다)을 위한...

 

그야말로 몸부림이었다.

 

난 그렇게 억지로 억지로 친구들(어린 시절 우린 나이나 학년이 같으면 모두가 친구였다.)

 

과 무엇하나 다를것이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중 대부분은 교회를 다녔고(교회는 너무나 재미있는 곳이다-아이들말에 의하면),

 

또 몇몇은 성당엘 나갔다.

 

난 그들이 가던곳중 어느 한군데는 반드시 가야만했고,

 

난 성당을 선택했다.

 

당시 성당을 가는 친구들은 교회에 비해 소수였었지만 공부를 잘했고(지금은 절대 아니다),

 

다행히 그곳은 우리 어머니가 주일마다 가시는 아주 그럴싸한 곳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성당엘 갈때마다 200~300원을 주셨고,

 

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100원은 봉헌 바구니에 100~200원은 오락실 기계속으로 봉헌했다.

 

어쨌든 성당은 나에게 금전적인 기쁨과 동시에 부담없이 만날수 있는 친구들을 선사했다.

 

난 그곳에서만큼은 완벽히는 아니었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라도 그리 부담을 가지진 않았다.

 

어린시절 내가 느꼈었던 성당...그리고 하느님은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어도 괜찮은

 

긴장속에 살아왔던 내 자신을 잠시 쉬게할 수 있었던 편안한 안식처였었다.

 

어린시절! 그곳... 성당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내가 가지고픈것들을 주는 조용한 쉼터였다.

 

*************************************************************************************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을 갔고, 군대를 갔고, 대학을 졸업했고, 회사엘 들어갔고...

 

난 그런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므로 최고는 아니였어도 어느정도의 무난한 생활을 유지했다.

 

학업성적, 이성관계, 기타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거의 모든 문제에서...

 

하느님이 내게 모든것을 잘할 수 있도록 항상 멋진상황들로 은총을 주신것은 아니였었으나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내 또래 아이들이 항상 긴장속에 살고 있는 나를 이긴다는것...

 

주위의 친구들(역시 나이만 같은...)에게 그것은 언제나 불공평한 싸움이었을 것이다.

 

난 언제나 그들과 함께 있었지만, 사실 그들은 나도몰래 긴장을 풀었었던 몇번을 제외하곤

 

온전히 나와 함께 있지는 않았다.

 

정말로 힘겹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 시절... 군대시절!!!

 

그중에서도 쫄병시절(훈련병~이병~일병때까지) 그 시절 난 "세상 그 누구보다 더 절실히!"

 

하느님을 믿었었다고 장담한다! (설사 그렇지 못했었더라도 내 생애속에선 확실하다!!)

 

몇번의 휴가기간을 제외하곤 난 그 일년여동안 4시간이상의 잠을 청해본 적이 없었던것으로

 

기억한다.(물론 휴가기간에 집에와서도 난 완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자본적이 없었다.)

 

어쨌든 그 때...

 

난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묵주기도를 단 하루도 거른적이 없었다.

 

그 무시무시한 유격, 각개전투, 행군, 고참들의 갈굼들...

 

아무리 피곤해도 난 주님에게 나의 생존을 부탁하는것을 잊은적이 없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의지할 단 한분이 바로 하느님이셨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흘러흘러 바로 그 하느님덕분에 난 감사하게도 상병이 되었고, 병장이 되었다.

 

군대밖의 문제들은 이미 내 기억속에서 삭제된지 오래였고, 난 행복했고, 감사드렸다.

 

그런데...

 

그 감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더이상 하느님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날으는 새도 떨어트리고, 낙엽도 피해가는 박병장은 더이상 주님께 부탁할 것이 없었다.

 

그렇게 박병장은 하느님이 없이도 너무나 평화롭게 살아갈수가 있게 되었고,

 

무사히 제대를 했다.

 

너무나 기뻤고, 행복했다.

 

어떤일을 해도 모조리 성공할 수가 있을것 같았고, 모든것이 새롭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기쁨과 아름다움은 잠깐동안의 달콤한 착각이었다.

 

천하무적 박병장!!

 

그는 그 아름다운 세상에선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쫄병이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그 세상에선 모든것이 박병장의 생각과는 달랐고, 힘겨웠다.

 

어린시절 겪어야 했던 그 힘겨운 싸움이 이제는 더욱더 거세게 밀려왔다.

 

가진것도, 잘난것도 없었던 나...

 

난 그렇게 병장시절 버렸던 하느님에게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작게는 나의 생활안에서, 크게는 사회적으로...

 

나는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난 분명히 하느님께 고개를 들 수 없는 탕자였다.

 

그리고 아무말 없으신 하느님은 또한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주셨다.

 

난 금새 어린시절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에 적응을 해버렸고,

 

수 많은 어려움들속에서 난 나를 위해 열실히 싸우고 있다.

 

난 성공이란것을 막연히 동경하며 그 길을 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해받을 작은 죄들과 때로는 엄청난 죄를 지으며...

 

그리고 내 작은 양심때문에 아프고 지칠때마다 난 하느님께 약속을 하며 죄를 용서받는다.  

 

"언젠가 때가되면 이 모든 죄들을 씻어낼 만한 선행을 하겠노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았던 그 죄악들은 조금씩 커져만가고,

 

금방 오리라 믿었던 그 언젠가는 점점더 멀게만 느껴져만 가고있다.

 

이제 어느정도 커버린 지금!  그곳... 성당은 내게 있어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때로

 

너무나도 강해져버린 나의 심장을 성공이란 이름으로 말라가는 내 양심의 참회의 눈물로

 

씻어내리는 그런 너무나도 절실한 안식처가 되었다.

 

*************************************************************************************

 

나의 이야기...

 

위인전기에 나오는 대단한 이야기나 토크쇼에 나오는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소중하고, 장엄하고 웅장한 대하드라마이다.

 

28...

 

어린이에도 어른에도 끼지 못하는 어정쩡한 이 나이를 가지게 되면서 얻은 것들은...

 

내 나이 만큼의, 내가 본 만큼의, 내가 느낀 만큼의, 내가 만나본 사람들 만큼의,

 

내 나름의 세상의 무게와 내가 볼수 있는 만큼의 세상...

 

난 내가 보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로만 살아간다.

 

이 드넓고 오묘한 세상을...

 

오직 내가 아는 만큼만을 이해하며, 오직 내가 보아온 만큼만을 바라보며...

 

내가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이해하며, 아주 작은 만큼만을 바라본다하더라도,

 

난 내 나름의 세상을 모두 온전히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나는 그것에 감사한다.

 

내가 내 시야 이상의 것을 보려고 한다해도 그럴수는 없을 테니까...

 

 

내 생활에 빠져 정말 오랜만에 성당 게시판을 보게 되었다.

 

인상적이고 훌륭한 글이 있어 답글을 남긴다.

 

신사동 성당을 빗대어 쓴듯한 "장님 지도자"의 이야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바른길"을 생각해보는데 지침이 될 만한

 

아주 훌륭한 글이다.

 

아마 그 신자분은 아직 많은것이 미약한 우리 신사동 성당을 아주 사랑하시는

 

신자분이신것 같다.

 

신사동 성당을 걱정하시는 마음을 아직 미숙한 나까지도 느낄수가 있으니까

 

맞는 말이다.

 

나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대로 살아갈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그런데...

 

그분이 약간 간과하고 계신 사실이 있는것 같아 답글을 올린다.

 

바로 그것!!

 

"장님!!"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 신자분의 글속의 장님은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장님을 이야기하신것은 아니신것 같다.

 

그렇다면 마음의 눈이 가리워져 주님의 나라를 못보고 있는 이를 말하는것인데,

 

아까전 나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우린 우리가 살아면서 가지게된 경험들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신자분은 아직 미숙한 "나"보다는 상대도 되지않을 "눈"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그분도 본인이 경험해보지 못한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어린 나보다도 모르고 계시는 것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둘중에 하나!!

 

그분이 너무나 너무나 경험도 많고 훌륭하시던가(마치 하느님처럼),

 

아니면 내가 28년 인생을 헛살아 왔던가!!)

 

 

"지도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 장님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글을 쓰고 계신 신자분은

 

그 지도자를 100% 온전히 알고, 그의 생각을 모두 이해하고 계시는가?!

 

아닐것이다.

 

그 신자분이 어떤 상황을 보고(아니면 생각하고) 글을 쓰셨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

 

같은 상황이라도 각각의 사람들의 처지와 생각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 신자분은 그 지도자 본인이 아닌이상 그 처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아마도 조금은 생각도 다를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그 지도자를 모르고 계시다는 이야긴데(물론 적지 않은 세월동안

 

그 지도자를 보아왔던 터라 "내가 그를 확실히 알고있구나..."하고 착각하고

 

있을수도 있는 문제긴 하지만...) 그런 판단은 섣부른 것이 아닐까 싶다.

 

지도자...

 

사전적 의미는 이야기할 필요는 없이 우린 지도자란 말에대해 이렇게 느끼게 된다.

 

"나(아니면 우리)보다 더 훌륭하고 나아서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그 때문에

 

나(아니면 우리)는 그 사람을 따르는것이 현명한 선택이다."라고...

 

아마도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물론 동의하지 않을 확률도 없는것은 아니지만 우린 그것을 바보라고 부른다.)

 

신자분이 말씀하시는 그 지도자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내가 본인도 아닌데

 

어떻게 확실히 안다고 이야기 하겠는가?)

 

그러나 나는 그 지도자를 믿는다.

 

그 지도자가 실제로 장님일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장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중 어느 누구도 장님이 아닌 사람은 없다. (만약 이해가 안되신다면

 

자신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윗글을 다시한번 읽어보셔야 할 것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가 장님인데, 누가 누구보고 장님이라 돌을 던질 것이냐?!

 

지도자가 되었는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이 되었든 우리는 모두 장님이다.

 

장님이 아니신 분은 오직 한분... 바로 하느님뿐이시다!!!  

 

그 전지전능하신분이 왜 사랑하는 아들,딸들을 장님으로 만드셨을까...

 

난 그 이유를 절대 모른다.(왜?! 나 역시 내 생각만을 하는 장님이니까 ^^)

 

 

하지만 생각해본다.

 

우리를 이끌고 갈 지도자 조차도 장님으로 태어나게 하심은 아마도 장님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당신나라(하느님 나라)로 이끌고 갈 사람은 장님(?!)뿐이라고

 

생각하셨던것이 아닐까?! ^^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너무나 완벽한 눈을 뜨고있는 지도자가 내게 하느님을 이야기한다면

 

난 아마도 내가 지은 죄악들이 두려워 그 지도자를 떠나게 될 것만 같다.

 

내가 아주 미약하나마 작은 신앙심이라도 가지게 된것은 어쩌면(확실치는 않지만)

 

"지도자도 나와 같은 장님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장님이 장님을 인도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나의 이 재미없고, 어쩌면 말도 되지않을 이야기를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다시한번 우리 신사동 성당을 걱정하시는 신자분의 신앙심에 박수를 보내며,

 

이런 저런 어려운 상황들과 수많은 장님들의 비난의 목소리들 속에서도

 

그 장님 조차도 계속 사랑하시며 장님들을 이끄시는 우리들의 "장님 지도자"님께도

 

감사를 드리며, 이런 저런 장님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더욱더 귀를 귀울이시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실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어 머지않아 완성 될

 

우리의 새 성전에서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게 되길 기도해본다...

  

 

 

 

 

 

 

 

 

 

 

 

 

   

 

 

 

 

 

 

 

 

 

 

 

 

 



3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