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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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4-20 ㅣ No.860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가해. 2002. 4. 21)

                                               제1독서 : 사도 2, 14a. 36∼41

                                               제2독서 : 1베드 2, 20b ∼ 25

                                               복   음 : 요한 10, 1 ∼ 1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신자들에게는 착하신 목자로서의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신부들에게는 목자의 본분을 상기시켜 주는 성소 주일입니다.

  성소란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성소라 하면 성직자나 수도자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소는 이렇게 성직자나 수도자로 부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소란 하느님께서 당신의 구원사업을 위해 부르시는 것을 모두 다 포함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들을 성소를 받았다고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받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이 자리에 사제로 서있듯이, 여러분도 세례를 받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다는 것입니다.

  요즘 제가 가정방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방문을 하다보면 어떤 가정은 반갑게 맞아 주고, 어떤 가정은 맞아주기는 하지만 안절부절못하고, 어떤 가정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반갑게 맞아주는 가정은 깨끗하게 정리가 잘되어 있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가정으로 나름대로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절부절못하거나, 오지 않았으면 하는 가정은 정리가 잘 되어 있지 않거나, 신앙생활에 조금 소홀하기에 자신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귀찮게 가정방문을 왜 하는 거야' 하면서 조금은 부담스럽고 짜증스러워합니다.  그런데 항상 준비하여 청소하고 정리하면 보는 이들도 즐거워합니다.  청소하고 정리하는 이들은 힘들다고 할지 모르지만.

 

  정부 종합 청사 안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표창을 받게 되었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어깨에 힘을 주고 들락거리는 그곳에서 아주머니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 없이 먼저 나와 청소를 했습니다.  못된 사람 만나면 업신여김도 당하고 홀대도 당했지만 언제나 웃으며 청소를 했습니다.  아주머니의 변함 없는 성실과 친절이 알려져서 표창장을 수여하고자 했을 때 아주머니는 "나라는 제 집입니다.  더러워진 집을 청소하는 일은 즐겁고 좋은 일입니다.  저는 제 안방을 청소하듯이 제 집인 이 나라를 청소합니다.  칭찬 받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택하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것입니다.

  옛말에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이 큰 일에도 충실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충실할 때 우리는 다른 일에도 충실할 수 있습니다.  성소란 바로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감으로써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일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하여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우리를 부르시고 맡겨주신 몫입니다.

 

  목자는 목자로써 양들을 돌보고 목숨을 바쳐 양을 지켜야 합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짓말쟁이 목동처럼 거짓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양들이 잘 자라도록 돌보아 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목자는 바로 단순히 의무만 다하는 양치기가 아니라 함께 마음을 나누는 목자의 모습입니다.  그 목자를 통해 하느님의 끊임없는 배려와 인내심이 많으신 사랑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배려와 사랑을 언제나 감사 드리며 우리도 사랑을 전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깊이 의식하는 오늘 모든 그리스도인의 부르심을 위해 기도 드립시다.  모든 신자들이 자신에게 새겨진 하느님의 모습을 잘 관리하는 목자가 되어 이웃에게도 좋은 목자 노릇을 할 수 있도록 기도 드립시다.  그리고 사제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과 수도자들이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 이웃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할 수 있도록 기도 드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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