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마포댁 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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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2-10-23 ㅣ No.4037

 

 

전에는 말이예요...

 

 집 떠나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었는데 비가 오거나 날이 춥거나

 

하면 그냥 집에 있지 뭐~ 하고 포기를 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포기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신부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말씀을 하신 이후로 제가 변했지요.

 

날이 좋으면 좋은데로, 비가 오면 오는데로...

 

이젠 그냥 떠나기로 했답니다.

 

"니들이 비오는 설악을 알어? 유행되는 CF 문구를 만들어 떠올리며

 

가랑비 내리는 일요일 설악을 향해 갔지요.

 

 요즘 성당 행사로 주일 미사만 드리고 오는 요셉이 산에 못가 좀 심기가 불편한 것

 

 같고 비 안오는 다음주에 가자는걸 속으로 다음 주엔 견진 성사가 있어서 "비내리는

 

 설악을 보았나! 남 경험 안한 걸 하고 싶다는 핑계를 대고 비오는 길을 달렸습니다.

 

양수리를 지나 홍천 ......

 

비 속에서 바하의 무반주 첼로곡을 들거나 국악을 듣습니다.

 

(운전중에 클레식을 들으면 졸립지가 않다는 부부의 의견 일치입니다. 왜? 잘 모르니까...)

 

남편 요셉과 함께 떠나면서 작년엔 새벽 2시에 떠나 6시에 설악동에 도착하여 대청봉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다음날 새벽 한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 온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올해는 설악을 자주 찾지 못한 이유를 늙어가는 증조라고 치부했습니다.

 

 주일 8시에 출발했건만 1시가 되어 설악에 도착을 하니 저처럼 날씨에 게의치 않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주차장에 차를 델곳이 없더라구요.

 

 마침 동생부부는 산을 싫어해 선물로 받았다는 호탤 숙박권을 주어 권금성이 보이는

 

 설악 캔싱턴 호탤이라는 곳에 짐을 풀었답니다.

 

8층엔 정명화, 정명훈. 정경화, 방, 쉬리 한석규 방. 이미숙방

 

안성기방, 김수환 추기경님방..이렇게 있었습니다.

 

 추기경님의 쓰시던 묵주인지 묵주와 성서 책 사진으로 장식이 방 바깥에도 되어

 

있어 축성식때도 뵙고 이리 호탤에서도 뵈니 정말 기분 좋터라구요.

 

개인적으로 추기경님 방에 머물고 싶었지만 김창환 방에 머물게 되었는데 마포 촌 아줌마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찍고 싶었지만 요셉이 "남편 쪽? 팔리게 이런 곳에서도 사진을

 

 찍냐고 구박을 하는 바람에 눈에만 담고 왔습니다.

 

 사진 찍히는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추기경님이 흔적은 한번 찍고 싶었는데...

 

짐을 풀고 비 오는 흔들 바위를 가는데 이번  루사 피해로 쓰러진 나무들의 흔적이 아직도

 

 치워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설악...은 참으로 조용하더군요.

 

 물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들렸습니다.

 

 저녁은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니 양식 한번 먹자고 졸라

 

맨날 벅잡거리는 갈비집이나 쇠주집이 최고라는 남편에겐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이런 분위기는 고문 하는것

 

같다고하니 뭔 맛이 나겠습니까.....

 

 남자들은 여자 마음을 모르는 척 하는건지 .....

 

 고문이라고 하더니 증말 이마에 땀까지 흘리니, 월요일 아침 일어나 천불동 계곡에

 

 단풍 단풍을 보고 영하로 내려갔다는 대청봉을 상상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던 길에 잡지에서 본 가을에 가볼 만한 곳 하고 나온 홍천

 

대명 비발디 파크의 꽃 전시회에 한련화를 보며.......

 

한련화를 보았다구요..

 

 촌스럽다고 한 어린 날에 보았던 한련화..!

 

 이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은 나이가 되고보니

 

눈에 마음에 담아야할 세상이 너무 넓은 것 같은데 찬 밥,더운 밥 가리고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눈이 온다해서  떠나지 않으면 시간이 기다려 줄것 같지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매번 맑은 날 보는 경치도 좋지만 맑은 날이 아닌 날 사물을 보는 기분도

 

색다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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