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그래 난 그런 놈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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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추운 겨울날 이불보따리를 둘러매고 신학교에 입학한지 10년만에 학교를 떠나던 그 날 우리를 지도하시던 어떤 신부님께서 아침 식사시간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오셨다. ’어, 오늘은 또 왜 이러시나?’ 하고 생각하면서 난 말했다. "신부님, 벌써 신부님이 그리워져요." 그러자 그 신부님 말씀히시길, "입에 침이나 좀 발라라,이 녀석아." 그리고는 이어서 "재영아, 난 참 걱정이란다. 너 나가서 신부되면 제대로 잘 하려는지..." "..." 내가 대답하지 않았더니, "너도 걱정이 되는구나..." 하시며 "너 일년 더 있을래?" 하고 물으셨다. 그래서 난 재빨리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그리고는 재빨리 밥을 입으로 집어넣었다. 그 밥을 삼키는 동안에 난 내 정신 에너지를 최대한 가동시켰다. 뭔가 한 번에 이 상황을 역전시켜야 할텐데... 드디어 내가 입을 열었다. "신부님, 저희 요번 학기에 불교에 대해서 공부했잖아요. 전 스님이 되지 않은게 참 다행스러위요. 스님이 되려고 했으면 참 걱정이 많았을 거예요. 야!, 겨우 10년 동안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나? 하고 말이죠. 그런데요, 전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이잖아요.그래서 전 걱정 안해요. 자신의 힘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 아니고 하느님께 솔직한 모습 보여드리고 의지하면 되는 신앙인인데, 제가 좀 부족하다고 문제될게 뭐 있나요?" 그러자 신부님께서는 재빨리 식사를 다시 시작하셨다...
신자분들께 고해성사를 드리면서 전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세상에 나보다 죄많은 사람은 하나도 없구만...’ 그런 생각이 들때면 부끄럽기도 하고 제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죠. 하지만 뭐 괜찮아요. 난 그런 놈인데 뭐! 미사를 드릴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이 일을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는 저 같은 초라한 모습을 통해서 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이 참 존경스럽게 생각이 되죠.
사순절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 사순절을 통해서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나요? 그래 난 그런 놈이야! 라구요? 농담처럼 그랬지만 이건 정말 하느님 앞에 선 작은 인간의 고백이랍니다. ’그래요, 전 이렇게 작은 사람이랍니다. 제가 당신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주님!’ 우리들 서로의 가슴을 아프게도 하고 또 자신을 속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그래 난 이런 놈이야! 라고 말해보세요. 사실 우린 그런 놈들인건요 뭐! 그래도 다행이죠. 우린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들이니까요.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는거죠. ’그런 놈’을 사랑하시는 주님을 만나시기를...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