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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규 [sang1127] 쪽지 캡슐

1999-09-07 ㅣ No.416

 

   빗방울, 빗방울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 나희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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