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아직 짐도 다 못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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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 [lgs1226] 쪽지 캡슐

2001-01-14 ㅣ No.5481

찬미 예수님

눈물을 감추며 떠났던 문정동 성당입니다.

울고 싶었지만 차마 울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울면 성당이 울음바다가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착각인가요?)

문정동에서도 짐을 다 풀지 못하는 게으름으로 살았는데 여기서도 잡동사니 박스 2개가 저를 괴롭히는군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면 좋겠는데 아까워서리 ...

오늘 교중미사를 주임신부님과 함께 드리고 지하 식당에서 조촐한 식사를 했습니다. 여기는 '점심나누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무료급십소입니다. 한주일에 하루점심을 주다가 이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말 정이 많은 사람들이고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데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작은 본당이지만 벌써 정이 많이 가는 성당입니다. 그럼에도 청녀들의 활동 숫자를 보면 문정동과 별 다를바 없음을 알고는 부끄러워졌습니다. 한다고 했는데 다른 본당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더해 집니다.

그러나 문정동에서 사랑을 하며 살았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있었나 하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미워지는 것을 보면 그랬나 봅니다.

저는 '그리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글을 써 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잊혀질 것은 잊혀지겠지만 문정동에서 사랑받았고 사랑했음은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더 나누겠습니다.

그리워지면 또 글을 올리겠습니다. 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분들께도 이 글을 보여 주시고 전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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