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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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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lilac2] 쪽지 캡슐

2000-06-27 ㅣ No.2760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때 투정부릴 수 있는

내게 더 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줄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같이 보고

이렇게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잠시 만나서도 커피라도 한잔 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 번 덜 빚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이쁘게 함박웃음을 웃을 수 있고

 

서로의 겉모습보다도

둥그런 마음이 매력이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바쁜 걸음에 가볍게 부딪쳐서

아!하고 기분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몇마디의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주고

주제넘는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가끔씩은 저녁값이 모자라 빈 주머니를 내 보이면서

웃을 줄도 알고,

속상했던 일을 곤드레 술이 취해 세상에서 큰소리 칠줄도 알고 술값도 지불케 하는

가끔은 의외의 면이 있는 낭만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부모님의 수고스러움을 늘 감사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거기에 썩 어울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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