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기도

인쇄

김영배 [kimpaul25] 쪽지 캡슐

2004-12-22 ㅣ No.3205

 

기 도


평생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내 육신은 물론이고

영혼까지도 전부 다

내어 놓겠다고.


날씨가 꽤 춥습니다.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 넣습니다.

빳빳한 무엇이 닿습니다.

아까, 쓰고 남은 거스름 돈

천 원짜리 일고여덟 장입니다.


주님,

이것만 이라도

어린 손자 품어

풀빵 몇 개 좌판을 펴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할머니 옆으로 가서

기쁜 얼굴로

몽땅 사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좋은 일에

주머니를 털었다는

흡족한 마음으로

아내와 새끼들과

고맙게, 고맙게

화롯불 다독이며

되 삭임 질 하게 하소서.


이제는 구름 위에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허망한 기도는

그만 두게 하소서.

빙점(氷點) 추위 아래

간절히 우시는

구유 안 주님을

품는 일을 하게 하소서.




6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