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도
평생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내 육신은 물론이고
영혼까지도 전부 다
내어 놓겠다고.
날씨가 꽤 춥습니다.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 넣습니다.
빳빳한 무엇이 닿습니다.
아까, 쓰고 남은 거스름 돈
천 원짜리 일고여덟 장입니다.
주님,
이것만 이라도
어린 손자 품어
풀빵 몇 개 좌판을 펴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할머니 옆으로 가서
기쁜 얼굴로
몽땅 사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좋은 일에
주머니를 털었다는
흡족한 마음으로
아내와 새끼들과
고맙게, 고맙게
화롯불 다독이며
되 삭임 질 하게 하소서.
이제는 구름 위에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허망한 기도는
그만 두게 하소서.
빙점(氷點) 추위 아래
간절히 우시는
구유 안 주님을
품는 일을 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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