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성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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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열 [ryuwy] 쪽지 캡슐

2003-09-01 ㅣ No.1371

  성서 이야기

                      -박 요한 영식 신부님-

성서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성서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와 동떨어진 곳에서 먼 옛날에 있었던 옛 이야기들을 수집해놓은 것이 아니다.

 

성서 이야기들은 자신은 누구이며,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 가를 알기 위해 진지하게 씨름을 한 ‘인간들’의 이야기이며, 생생한 삶의 ‘주변’이야기들이다. 우리와 똑같이 행복과 불행을 겪었던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과 이웃들과의 관계 안에서 성숙한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 준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유대인들과 그리스도 인들을 위한 가족이야기다. 아담과 하와, 아브라함과 사라, 야곱과 에사오, 라헬과 레아 등등 창세기에서부터 등장하는 성서 인물들은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다 간 사람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든 잘잘못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느님과 그분의 가족에 속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그들의 지난날 어떻게 살았고 어떤 체험을 하였나를 이야기하면서 공의로우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안에 머물고자 한 것처럼, 그들의 역사와 삶의 주변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듣는 오늘의 우리도 하느님을 체험하며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성서 이야기를 단순히 반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삶으로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 안에 뿌리를 내린 이야기만이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성서 이야기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의 인생체험이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체험이 중요한 몫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서이야기들을 듣고 읽으면서 자신들의 체험과 비교하는 좋은 습관을 평소에 길러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야기는 언제나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게 되어 신선함을 보존하게 될 것이다.

 

창세기 1 - 11장은 우리의 역사적인 세상과 인류의 항구한 상황을 제시하는 큰 그림과 같다. 이 안에서 우리는 창조, 아담과 화와, 카인과 아벨, 노아와 홍수 그리고 바벨탑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창세기 1-11장은 완전히 상반되는 두 개의 근본적인 구성요소, 혹은 상반된 색상으로 이루어 졌다.

 

첫째는 ‘창조의 올바름’인데 이는 ‘한 처음’부터 하느님께서 스스로 행하심에서 생겨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창조 자체의 오염’이며, 이는 창조된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한 ‘불순종’에서 생겨난 것이다.

 

불순종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기보다는 인간이 자신의 뜻대로 살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한 처음’부터 모든 피조물을 종의 상태로 전락시켰다. 그러나 끝내 승리하는 것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이다. 계속되는 인간의 불순종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당신의 창조계획을 늘 새롭게 세우시며 심화시켜 나가신다. 이 두 가지 다른 색상 혹은 줄기를 염두에 두면서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이야기를 살펴보면 더욱 많은 감명을 받을 것이다.

 

이어서 창세기 12-50장에 나오는 아브라함을 비롯한 이스라엘 성조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부모 자식관계 (12-25장), 야곱과 에사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형제간의 관계 (25-36장), 요셉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가족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 (37-50장)등 인류공동체에서 볼 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들을 다루고 있다.

 

이스라엘 성조들의 이야기는 인간공동체의 기본적인 형태들에 대해 신학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하느님에 대한 언급 없이는 성조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없다. 이스라엘 종교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행하시고 말씀하시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는 창세기 12장 1절에서 25장 11절까지 계속된다. 아브라함은 흔히 뭇 민족들의 아버지요 신앙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그는 외아들을 희생재물로 바치기까지 하느님께 순종함으로써 크나큰 축복을 받지만, 인간으로서의 약점도 없지 않았다. 인간이 지닌 약한 본성에 대하여 안타까워하시면서 도 한 없는 사랑으로 당신 약속을 지켜나가시는 하느님의 변함없는 모습을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사실 창조 이야기와 연관된 원 역사(창세 1-11장)는 자신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첫 인류의 잘못과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만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획일화시키려는 바벨탑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다른 한 편 창세기 이야기에는 인간의 잘못을 깨끗이 씻어 내고 창조 질서에 맞는 새로운 인간 세상을 만들고자 배려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모습이 내재되어있다.

 

홍수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것은 모든 피조물의 상황을 결정적으로 ‘좋게’바꾼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세상의 질서를 회복하고 새로운 창조를 이루시는 하느님, 당신의 피조물을 ‘기억하시는’ 한결 같은 하느님께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러하듯이, 성서 이야기 안에 감추어진 진리가 분명히 들어 있다. 하느님과 인간이 펼치는 대하드라마의 긴박감과 사랑으로 넘치는 하느님의 열정, 그리고 더욱 나은 삶을 쟁취하려는 인간의 심층심리가 함께 섞여 있음을 보게 된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① 창조의 절정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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