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성당 게시판

성서 이야기 - 8) 침묵과 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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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열 [ryuwy] 쪽지 캡슐

2003-09-01 ㅣ No.1370

침묵과 번제

          (아브라함의 시련)

창세기 22장 :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사흘간 길을 걸러 모리야 산에 이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묶는다. ‘아브라함’은 거기에 제단을 쌓고 장작을 얹어 놓은 다음 아들 이사악을 묶어 제단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아브라함이 손에 칼을 잡고 아들을 막 찌르려고 할 때. . . 」(9-10절)

 

여기서 우리를 섬뜩 놀라게 하는 것은 늘그막에 낳은 이사악마저 번제물로 바치라는 하느님의 말씀이었고, ‘세상에 이럴 수 가 !’라는 말을 절로 하게 될 것이다.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는 하느님-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시려고 ‘아브라함아!’하고 부르셨다. 아브라함은 즉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행하실 시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려 주신다. “사랑하는 네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거기에서 내가 일러주는 산에 올라가 그를 번제물로 나에게 바쳐라”(2절)

 

오랫동안 기다리던 끝에 낳은 사랑하는 외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는 이 말씀은 곧, 외아들을 죽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니 세상의 어느 부모가 눈물 없이 이런 하느님의 말씀에 따를 수 가 있겠는가 !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명령과 인간적인 양심의 소리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갈등과 시련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과 도덕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하느님 말씀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는 아브라함의 順命이다. 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적인 상황에 속하는 것이지만, 順命은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하느님께 ‘예’라고 대답하는 아브라함의 신앙은, 아들을 죽이기 위해 침묵 중에 ‘사흘 길’을 걷는 동안, 즉 억겁과도 같이 길고 칠흑과도 같이 어두운 시간동안 성숙된 것이다. 결국 하느님께 ‘사랑하는 외아들’을 번제물로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하느님께 순종한다는 것은 인간적인 논리를 따지거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다는 것이나, 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을 경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신앙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자신을 벗어나 하느님과의 관계가 지니고 있는 진리 안으로 들어가며, 자신의 머리를 믿기보다는 그분의 ‘말씀’을 믿는 것이 신앙이다.

 

-신앙은 곧 사랑-

노아의 경우처럼 아브라함도 하느님의 명령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순종할 태세가 되어 있는 그는 사흘간의 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난다’ 사랑하는 외아들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않았을까? 내 살덩이를 내 손으로 죽여 하느님께 번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사실이 아브라함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을까?

 

아브라함과 사라가 말없이 속으로 쏟아냈을 눈물은 큰 강을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에게 중요했던 것은 하느님을 위하는 마음이었다. 그것은 곧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이가 원하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불평 없이 그대로 수행하려는 아브라함의 배려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게 했다. 이와 같은 배려를 우리는 신앙이라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신앙이란 결국 ‘사랑’이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배우자는 눈에 보이기에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며 피부로 느낄 수도 없는 하느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브라함이 손에 칼을 잡고 아들을 막 찌르려고 할 때 주님의 찬사가 하늘에서 큰 소리로 아브라함을 부르며 아이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천사는 “나는 네가 얼마나 나를 경외하는지 알았다. . .

네 외아들마저 서슴치않고 바쳐 충성을 다하였으니,. . . 나는 너에게 더욱 복을 주어 네 자손이 하늘의 별과 바닷가의 모래같이 불어나게 하리라. . . . 」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시험을 통과했고, 아브라함의 신앙은 승리했다.

 

신앙적 교훈 :

 

㉠ 신앙은 눈물을 쏟아야하는 아픔을 참고 견디면서 순명의 길을 걸어야 비로서 얻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이다.

 

㉡ 신앙은 말없이 행동하는 힘을 받아서 ‘보기 좋은’삶을 살도록 하는 영혼의 길잡이이다.

 

㉢ 신앙은 생명의 빵, 곧 영적 선물로 사람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고, 모든 경우를 받아들이는 순명의 길을 택하도록 하는 은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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