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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할 수 없었던 삶- 마흔 다섯 생애의 승리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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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중 [kjj6502] 쪽지 캡슐

2004-08-10 ㅣ No.2455

'포기할 수 없었던 삶' 마흔 다섯 생애의 승리




한일 장신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마흔 다섯살의 늦깎이 대학생 문영용씨.

문씨를 기억하고 있는 대학 기획실 직원 조미라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달 전쯤인가,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찾아와서 학교 이름을 걸고 철인 3종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분과 잠깐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30대 시절에는 건축업을 하면서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날 정도로 화려한 삶을 살았던 문씨에게 느닷없이 중풍이 찾아든 건 지난 91년.

병이 심해지면서 중풍은 곧 반신마비 증세로 이어졌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암까지 겹쳐 하루 24시간 가운데 20시간 이상을 병상에 누워있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들이 이어졌다.

특히 신체 기관에 노화가 진행돼 자연사(自然死) 상태에 이르는 병명조차 뚜렷하지 않은 희귀병은 문씨에게 한 조각 실낱같은 희망마저 허락하지 않을 태세였다.

그후로 4년동안을 병상에서 누워지내면서 죽음으로 내몰린 문씨는 어느 날 마음을 다져먹었다.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맞이하느니 단 몇 시간을 살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하다가 삶을 마감하겠다는 오기(?)가 솟아오른 것이다.

그때부터 문씨는 죽을 힘을 다해 고향인 군산 월명산 주위를 뛰기 시작했다.

누워있기 조차 버거워했고 물 한 모금도 소화시키기 어려웠던 문씨의 체력은 당연히 몇분도 채 버텨주질 못했다.

그러나 문씨는 뛰지 않으면 소화를 시킬 수 없고, 그렇게되면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문씨는 고통스러웠던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뛰기 보다는 몸부림을 치며 월명산 근처의 공동묘지 앞을 지날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 묘지 안에 드러누워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편안할까. 적어도 저기 누워계신 분들은 지금 나같은 고통은 겪고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부러움이 밀려들더군요."

이렇게 죽기를 각오하고 뛰기를 반복한 문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뛰었고, 군산에서 장항까지 40여킬로미터를 왕복하기도 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달리다보니 연골이 닳아 무릎 통증이 찾아들었지만 문씨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고통이 덜한 수영에 도전했다.

어떻게든 소화력을 길러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6~7킬로미터씩 수영장을 왕복했고 운동량을 더 늘리기 위해 자전거 페달까지 굴리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영으로 몸을 푼 뒤 자전거 페달을 굴리고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문씨의 일과는 밤 10시 반까지 그야말로 운동의 연속이었다.

이런 운동 덕분에 소화력도 점차 좋아져 인절미 하나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고 104kg이었던 몸무게도 62kg의 탄탄한 몸으로 바뀌게 됐다.

하루 열시간 이상 운동을 계속해오던 문씨는 지난 2002년 속초 철인 3종경기 대회광고를 보고서 몸좀 풀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출전했고 첫 출전한 이 대회에서 600명 참가자중 4등을 차지했다.

이후에 문씨는 철인 3종경기대회에 푹 빠져 대회를 찾아다녔고 뛰어난 성적으로 입상을 거듭했다.

요즘도 틈만나면 하루에 10시간 가량 운동을 계속한다는 문씨의 몸에선 이미 병마의 그림자가 사라진지 오래다.

분명 문영용씨의 삶은 '기적'이란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씨의 기적에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야말로 '철인'의 강한 정신력이 자리해 있었다.

문씨는 지금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치니까 이만큼 살고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지금도 온갖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계신 분들, 그리고 살면서 엄청난 시련을 겪고 계신 분들, 그런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 한마디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구요. 포기는 언제라도 할 수 있잖아요?"

CBS전북방송 이균형기자 balancele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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