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성당 게시판

민들레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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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goodday185] 쪽지 캡슐

2003-11-24 ㅣ No.3282

민들레 할머니

 

한 할머니가 작은 손수레에 헌 종이 박스를 한가득 싣고

 

고물상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할머니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밭이랑처럼 주름진 할머니 이마에는

 

송글송글 구슬땀이 맺혀 있었다

 

길을 가던 할머니는 잠시 멈춰 서서 눈군가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할머니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있었다.

 

병색이 짙어 보이는 가엾은 할아버지는

 

길 한쪽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낡은 수레 위에는 헌 종이 박스 몇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지쳐 잠든 할아버지의 손 위에는 껍질째 먹던 참외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혀를 차며 자신이 주워 모은 종이 박스

 

한 웅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종이 박스들을 할아버지의 가벼운 수레 위에 올려 놓았다.

 

작지만 커다란 사랑을...

 

그렇게 남겨두고,

 

할머니는 민들레같이 환하게 웃으면 그 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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