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실(익명)

전통제례와 가톨릭적 영성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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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4 ㅣ No.7

찬미 예수님

성모성월을 맞이하여 주님의 은총이 신부님께 가득하시길 빕니다.

 

다름 아니오라 전통 제례와 가톨릭적 영성의 접목에 관한 신부님의 고견을 여쭤보고자 몇 자 올립니다.

 

얼마 전에 저는 先考 기일을 맞이하여 연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완전한 전통적인 제례에 따라 별도로 제사를 드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 불경스러운 말씀이나 좀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연미사와 이중적인 허례라는 생각, 그리고 어차피 요즘 아이들에게 이어나가기를 요구하기 힘든다는 구실로 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연미사는 완벽한 전례이지만 전통과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좀 아쉬움이 없지않아서 근래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그 출처가 불분명한 ’선조를 기억하는 차례 예식’이라는 유인물의 순서를 참고하여 십자가, 영정, 초, 꽃 등 간소한 상을 차리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성가, 독서, 연도 등을 바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연미사만으로는 미흡한 것 같아 옥상옥격이라도 무언가 좀 보탰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시도한 별도의 자리도 결국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가톨릭의 토착화와 토착문화의 복음화라는 이질문화의 융합 과제가 그리 쉽게 열매를 거두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현대를 사는 한국가톨릭신자라는 자리에서 이런 문화의 갈등을 겪을 때마다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낍게 됩니다.

 

재래식 전통제례에 바탕을 둔 가톨릭적 표준 제례는 공식적으로는 제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가지 시안들이 제시되고 있는 줄 압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톨릭적 영성과 토착문화의 정통성을 아우르는 데 가장 근접한 모델이 있으면 비공식적이라도 추천해주시기 바라면서 도움을 청합니다.

또한 저의 이런한 문화적 갈등에 대해서도 참고될 말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신부님께서 틈나시는 대로 하교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내 주님의 은총 안에서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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