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1주간 목요일 1/11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8-01-11 ㅣ No.3455

 

연중

연중 제1주간 목요일 1/11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나병환자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치유해주시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의 전개와 구성이 마치 기도하는 이의 체험과도 같아 보입니다.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와 무릎을 꿇고 청합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나병환자가 되면 자기 자신의 병고로도 힘겹지만 사회에서 추방되다시피 하여 격리되고 저주받은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예수님께 청하는 환우의 간절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봅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의미에서 참으로 주님께 간절하고 진실하게 기도하지 않으면 주님을 뵈올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41) 하시니,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42) 라고 합니다. 한 달 피정을 하고 나면, 술도 담배도 안하고 기도만하기에 그런지는 몰라도 외적으로 얼굴 피부가 보송보송하게 아기처럼 되고, 또 기도의 체험이 쌓여 얼굴이 환해집니다. 마치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주 하느님을 뵙고 얼굴이 환하게 빛나서 내려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병 치유자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44) 기도하고 나서 그 체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 즉시 체험은 날아가 버리고 허무하게 됩니다. 단지, 그 체험이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인지, 기도자 개인의 상상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악마의 환상적인 유혹에서 온 것인지를 식별하기 위해 영적지도자에게 고하게 됩니다.

 

오늘 나병 치유자는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45) 라고 전해집니다. 그렇습니다. 기도하고 나서 체험을 이야기하고 나면 외적으로는 기분이 날아갈 듯하고 자랑스럽지만, 내적으로는 더 이상 주님에 대한 친밀한 관계성은 감이 떨어지게 되고 사라져 버린 듯합니다.

 

더 나아가 기도 체험이 단순히 체험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내맡기고 의탁하면서 기도 중에 깨우친 말씀의 의미와 뜻을 내적 체험에서 흘러나온 주님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통해 실현하기 시작함으로써 열매 맺게 되기까지 침묵해야 합니다. 그 때 비로소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신 주 예수님을 발견하게 되듯이, 우리 모두는 비로 열매를 통해 기도 중에 얻은 하느님의 영광을 마침내 드러내게 됩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와 신앙이 생활 안에서 이루어져 꽃피우게 되기를 간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