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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덕/전례] 생각하는 글 -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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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한 [yunsh] 쪽지 캡슐

1999-05-19 ㅣ No.245

우리는 살아가면서 "왜?"라는 질문을 수없이 접하게 됨다..

'난 왜 이렇지?'

'난 왜 되는게 없는거야!'

 

많은 불만과 불평을 가지고

우리는 우리 존재에 대해 가벼이 여길 때가 많슴다...

착하게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 부터 이용만 당한다고,

좋은 일 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바보같다고 놀림받을 때도 있슴다..

 

아래의 시에 나오는 달팽이는

정직하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

드러내지 않고 숨는

은자의 모습을 하고 있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달팽이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조용히 말해주고 있슴다...

 

 

 

 

나희덕

 

 

 

달팽이는 왜 날아오르지 못할까

 

붉은 먹이는 붉게

 

푸른 먹이는 푸르게

 

그렇게도 정직한 배설을 한다는데

 

진실은 그런 거라는데

 

왜 날개가 돋아나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젖은 흙 속을 파고들어

 

연한 생살을 부비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느리게 다만 느리게

 

흔적 없이 기어가는 일 말고는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게

 

스며드는 일 말고는 도리가 없어

 

이파리 한 구석에 숨은 것일까

 

달팽이의 전 생애를 싣고도

 

왜 이파리는 흔들리지조차 않는 것일까

 

 

 

-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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