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난 나직이 그의이름을 불러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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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 [theophile] 쪽지 캡슐

2000-02-16 ㅣ No.1832

 제법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전 ’열흘’이라는 생체 시계가 있어 무언가

 

 할 일을 그만큼 잊고 있으면 신호가 오지요. 그러다 몇번 무시하면 한달, 두달이

 

 훌쩍 지나가고  소홀함이 습관이 됩니다. 글쓰는 것, 특히 묵상쓰는 것이 그 척도이곤

 

 했는데, 게시판에 글올리기도 이제 그런 대상이 됐군요.

 

 

 차가운 기운과 밝은 태양이 묘한 만남을 이루고 있는 오후입니다. 성당 대문 도색들

 

 하시느니라 추운 날 고생하시는 분들이 제 창문 아래로 보입니다. 이제 슬슬 피로가

 

 풀린 몸을 추스리며 노래를 듣습니다. 며칠전 부모님 뵈러 친가에 갔다가 동생방에서

 

 들고온 "여행스케치" 씨디 입니다. "잘가, 엄마가 너 오면 좋아해" 저녁, 대문을 나서는

 

 제 귓가에 들인 아버지의 소리. 하나도 별스러울 것 없는 단어들이 모였건만 마음을

 

 찌르는 전율이 느껴졌읍니다.

 

  어제는 새벽까지 고백성사를 드렸읍니다. 교사학교에서 부탁이 왔었죠. 성찰이 잘 된분

 

 도 있고, 심드렁한 분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지만 . 개인의 역사는 경이로운 순간

 

 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어서..

 

 상처조차도 고통조차도 옆사람은 숨죽이고, 입을 가리고 바라볼 수 밖에 없게끔하는

 

 그런 역사들이 있읍니다. 저의 안온한 삶을 흔드는 그런 역사를 대할 때마다

 

 어렸을때는 미안했고 조금 더 나이들어선 이상한 부러움이 들기도 했고 언젠가는

 

 그런 고백과 술회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우연히도" 서 있을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읍니다. 들음의 시간속에서 고개드는 무력함은 여전히 당혹스러운

 

 것이지만 그런 기분을 제거하려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공감과 위로는

 

 혼돈을 , 생경함을 만날때 생기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인정함에서 시작되지 않겠는가...

 

 성사를 다 드리니 새벽.  그 새벽 수고 아끼지 않는 늘 좋은 친구인  동창덕에 그가

 

 사랑하는 "줄리엣"에 올라 또 다른 동창 신부방에서 잠깐 차를 마셨읍니다.

 

 허준 녹화 테잎을 틀어주더군요. 사람의 정서를, 없는 이들 괴로와하는 이들의 아픔을  잘

 

 그려낸 드러낸 드라마를 보면 눈물을  아끼지 않는 그는 허준을 늘 본답니다. 덕분에 저도

 

 허준과 유의태의 교감을 오랜만에 목격했읍니다. 위대한 스승과  훌륭한 제자. 마음에

 

 드는건 그러면서도 그들이 한같 사람임을 감추려 하지 않은 작가의

 

 표현이었읍니다. 허준은 끊임없이 당혹함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진땀을 흘리고 유의태는

 

 제자를 자기의 그늘에서 벗겨주는 고귀한 품성을 보여주면서도  스쳐가는 쓸쓸함 지는

 

 석양의 아픔을 얼굴가에 못내 지우지 못하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제자의

 

 홀로서기를 보고 흐뭇해 하고는.. 갑자기 얼굴을 드러낸 병마에 쓰러지죠. 가장 인간답고

 

 겸손한 진리이겠읍니다. "의사가 자신의 병은 돌볼수 없다."

 

 

 최근에 여러 일들이 있었고 많은 긴 대화들을 했읍니다. 피정도 있었고.

 

 언젠가 부터 마음 에 느껴지던 그런데 어느때 보다지금  분명한 것은, 저는 해결사가

 

 아니라 친구로서 불리움을 받았다는 것.

 

 해결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아주 강하게 휩쌀때가 있읍니다. 하지만 하지만 조금 생각

 

 해 보면 나의 소명은 친구가 되라는 것이고 그건 아주 자랑스러운 것이고 아주 소중한 것

 

 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산위에 올라 구름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저쪽 산위

 

 에 있는 어떤 벗에게 말을 합니다. 친구사이에선 나지막한 말이 가장 잘 들리는 것이라면

 

 불안해 하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러셨죠. "나는 당신들을 벗이라 부르겠읍니다." 이 겨울 보내며 예수님의 이

 

당부를 잊지 맙시다. 벗끼리는 두려움이 없으니...

 

 

         "난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어"  (여행스케치)

 

  나뭇가지위에 앉은 작은새 날개짓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이맘 너는 알고 있니

 

 언젠가 너의 눈빛을 두렵게 알던 날 부터

 

 사람이라는 작은 떨림에 밤새 잠을 설치고 있지

 

 

 나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설레임이 앞서는 걸까 알수 없는 나의 이마음을

 

 나의 사람이 이렇게 시작되면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걸까  이렇게 사랑이 시작되면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이 마음 작은 발자욱마다 혹시 놀라진 않을까 두려움

 

 느끼며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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