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희정이 보내고 몇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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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수 [kangcarolus] 쪽지 캡슐

2001-07-21 ㅣ No.7103

안녕하십니까?

한정수신부님 그리고 금호동 친구들!

강한수 신부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게시판에 들어옵니다.

지금쯤 한참 캠프 준비로 한신부님 이하 교사들, 청년들 모두 바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가끔씩(자주던가?) 들려오는 고국 소식이 저를 많이 가슴 아프게 하더군요. 그래도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용기 주며 열심히들 지내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잘 지냅니다. 이곳도 무척 더운데 그래도 서울보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밤에는 20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서 시원함을 느끼거든요. 그리고 습기도 별로 없구요.

언어 공부는 이제 거의 마쳐갑니다. 언어 공부를 마친다니까 뭐 이탈리아 사람처럼 말을 한다고 생각하시지는 않겠지요? 그냥 그런대로 살만큼은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언어는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이곳 페루자에 9월까지 있다가 9월에 로마에 가서 10월부터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하게 된답니다. 맨날 하는 염치없는 소리지만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참, 안부 인사를 나누다 보니 정작 할 얘길 잊고 있었군요.

어제(19일) 윤희정 비아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늘 이틀간 이곳 페루자와 아씨시 성지순례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금호동 생각이 무척 났더랬습니다. 기분도 들떴었구요. 그러다 보니 금호동 게시판에 들어오지 않고는 못 베기겠더군요. 그래서....

 

희정이는 지금 25일째 여행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건강했습니다. 참 부러웠지요. 25일 간을 그 무거운 배낭과 가방을 들고 줄곧 걸으며 기차타며 했는데도 그렇게 쌩쌩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에요. 앞으로도 15일 정도 더 여행을 하고 한국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어제(19일) 만나서 점심(정통 이탈리아 스파게티와 야채) 함께 먹고, 먼저 제가 지내는 페루자 구경을 했습니다. 마침 지금 이곳에는 째즈(Jazz) 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도시가 무척 시끌시끌한 편이었지요. 이곳에서 볼만한 곳 몇몇 군데를 구경하고, 제가 사는 집도 구경시켜 주고 저녁 함께 먹고 밤늦게 호텔에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20일) 아씨시로 성지순례를 갔지요. 그전에도 아씨시는 갔다 왔지만 왠지 오늘은 서울에서 온 희정이와 성지 순례를 한다니까 새로운 마음이더군요. 그래서 한껏 고향 기분을 내려고 계란을 삶아 가지고 소금 챙겨서, 자두 몇 개 들고 콜라 한 병 사서 순례 길에 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아씨시의 1) 천사의 성모마리아 대성당, 2) 성프란치스코 대성당, 3) 성녀글라라 대성당 그리고 4) 성다미아노 성당을 구경하였습니다. 제가 여기서 뭐 자세하게 그 성지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힘든 일이고, 누군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위에서 말한 중요한 성당들에 대해서 게시판에 소개의 글을 올려도 좋겠군요.

 

아무튼 그렇게 성지 순례를 하고 희정이를 2시 14분 기차에 태워 로마로 보냈지요.

 

그런데 만날 땐 반가웠는데 막상 기차를 타고 떠나는 희정이를 보니까 왠지 마음이 이상해지더군요. 마치 제가 지난 1월에 금호동을 떠날 때, 그때 생각이 나더라니까요?  그리고 청년 여러분들이 저의 출국 날짜를 알려달라고 했을 때 무정하게 거절했던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처음 여기 와서 여러분들이 보고 싶을 땐 그때 공항에라도 나오라해서 볼 것을 그랬나 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희정이를 보내면서 그때 공항에서 여러분들을 안 만난 것이 정말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프거든요.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한다지만 그래도 헤어짐은 헤어짐입니다. 헤어짐은 헤어짐 그 자체로 아픔이고 슬픔입니다. 그 이상은 위로일 뿐이고 그 위로조차도 그리 효력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왠지 조금 그렇습니다. 지금은 금요일 밤인데 이것 게시판에 올리고 나서 희정이가 주고간 진로소주를 한잔 하려고 합니다. 서울서부터 들고 나와서 25일간 들고 다녔더군요. 물이라서 무거웠을텐데.....

 

안녕히 계십시오. 또 연락드리지요.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잠시 금호동성당 윗층에 살았던 노총각이 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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