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석과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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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pious] 쪽지 캡슐

2000-12-17 ㅣ No.1939

지난 번에 고3피정으로 정동진을 다녀왔습니다.  학생들 60여명과 교사들, 수녀님, 저 그렇게 72명을 꽉 채워서 갔다왔지요.  그거 아세요? 기차 한량에 좌석이 72명입니다. 그래서 인원을 그렇게 맞춘 것인데 우리가 한량을 다 앉아서 가게 되었지만 밤차다 보니 중간에 끼인 분들, 그리고 입석으로 함께 가게 된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일행이 아니었지요. 갈 때 올때 모두 그런 분들을 보게 되었는데 수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사실 우리가 먼저 표를 사서 좌석을 구하게 되었지만 값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데 누구는 이 기차가 자기 것인양 떠들면서 유세를 떨고 가고, 누구는 꼭 죄인처럼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눈치보면서 가게 된다고. 그런 것이 기득권이 아니겠냐고 하시더군요. (사실 우리 아이들이 조금 떠들어서 수녀님도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죄송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조금 먼저 표를 사고 조금 더 돈을 내기는 했지만 그들도 분명 우리와 함께 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인데 이처럼 귀찮은 존재로 여기면서 함께 하고 있다니.......

 

오늘 복음에서 세자 요한은 세리에게는 정한대로만 받으라고, 군인들에게는 자기가 받는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하는데 그건 당연히 우리 모두가 그랬어야 하고 그렇게 살았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굉장한 것인양 여겨야 하고 조언을 구해야 하는 우리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당연히 내것이라고 생각하는데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득권 주장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기득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입석을 산 사람들의 권리는 너무 쉽게 좌석을 가진 사람들에게 밀려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그렇게 내가 가진 좌석표를 흔들며 입석표를 가진 사람을 귀찮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림절을 지내면서 나의 하찮은 기득권을 하느님께 바칠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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