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표리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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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ody] 쪽지 캡슐

2000-11-30 ㅣ No.1380

 

겉과 속이 한결 같은 사람이 드물고 그래서 우리는 그렇지 못한 사람을 위선자 또는 비겁자라고 부른다. 사회적 지위나 능력이나 재산을 남보다 많이 모은 사람은 더욱 괜한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직장에서 유능한 간부가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직장의 부하 대하듯 한다면 어떨까? 리더의 제1조건은 사람 존중과 사랑이라고도 하니까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리더도 있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은 집에서도 표리일치하게 가족을 대하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경쟁사회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능력을 발휘해서 실적을 남보다 많이 쌓으려다 보면 으레 부하직원의 인격 따위는 무시되기 쉽상이고 그러한 사람들은 집에 가서 만이라도 가족들에게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당연하고 표리부동이라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가정은 아니지만 교회와 같은 조직에서는 어떠할까? 교회의 제반 업무를 맡고 있는 사목위원들이 그래도 교회 내에서는 남보다 인품이나 업무수행 능력이나 재력 면에서 앞선다고 해서 뽑힌 사람들인데 신자들 상호 간에 사랑과 희생과 봉사정신을 망각하고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듯 리더쉽을 발휘하여 직장과 교회에서 표리일치된 행동을 한다면 교회 발전에 도움이 될까? 교회의 신자들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거 무능한 사람은 도태되고 신체건강하지 못한 신자는 좇아 오지 못하며 돈도 없는 사람이 교회에는 왜 나오느냐고 비난받는 곳이 아직까지는 아니다. 교회가 능력 있는 사람의 활약무대이기도 하지만 무능력한 사람이 위로 받는 휴식처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것도 계획서라고 만듭니까?"

     "무조건 내일까지 다시 만드세요."

     "글쎄, 다른 말 하지 말고 하라면 하세요."

 

불우이웃에 대한 봉사는 사랑의 실천이어야 하고 불우한 사람이나 봉사하는 사람 모두가 하느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이 서로 통해야 하는데 실적 위주의 봉사활동과 선심을 베풀 듯 하고 이웃 교회와 경쟁하듯 한다면 누가 그 사람을 하느님의 종이며 주님의 뜻을 따라 봉사하는 가톨릭신자라고 믿고 따르겠는가?

 

훌륭한 지위나 뛰어난 재능을 주님께서 주셨다면 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을 격려하고 함께 같이 하려는 따스함을 보여 주기를 바라며 성당에서 기도하고 주차장에서 싸우는 표리부동의 비난을 받더라도 세속적인 리더쉽이나 적자생존의 법칙이 교회 내에서 만이라도 무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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