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등불이 되는 신자, 등대가 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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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aldus119] 쪽지 캡슐

2005-10-21 ㅣ No.480

 

 

제1독서  이사 2,1-5

제2독서  로마 10,9-18

복음      마태 28,19ㄱ.20ㄴ


등불이 되는 신자, 등대가 되는 교회

 

  제대로 된 자식이라면 부모의 유언을 소홀히 여기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신자라면 주님이신 예수님의 ‘유언’을 소홀히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은 그분의 ‘유언’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이 말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교입니다. 따라서 모든 신자들은 선교의 사명을 지니고 있고, 세상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믿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제2독서).

 

  선교는 말과 행동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믿음, 사랑, 희망의 삶,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예수님 덕분에 하느님으로부터 자비를 풍성히 받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또한 그 자비에 응답하여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며, 어떤 처지에서도 오직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삶이 구원에 이르는 길임을 말로 선포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이런 믿음, 사랑, 희망의 삶을 살아간다면, 불신과 증오 그리고 절망으로 점점 더 어두워져 가는 세상에서 작은 등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등불의 역할을 하기에는 세상의 저항이 너무 거셉니다. 신자들이 합심해서 함께 등불이 되고자 한다면, 힘은 덜 들고, 효과는 더 커질 것입니다. 신앙인 한 사람은 작은 등불의 역할을 하겠지만, 이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는 등대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서는 이웃은 물론 신이나 종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는 세상입니다. 교회가 이런 세상과는 다른 모습, 즉 주님을 굳건히 믿고 그분께 모든 희망을 두고서 신자들 서로 아끼면서 살아간다면, 믿지 않는 이들에게 큰 매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초창기 신앙인들은 매력을 주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황 일광 알렉시오(1756-1802) 순교자의 증언에서 잘 드러납니다.

 

“나는 백정으로 태어나 이제껏 사람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천주교인이 됨으로써 어떤 학문이나 이치가 아닌 신앙의 삶을 통해 천주교가 참됨을 깨우치게 되었다. 나에게는 천국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아직 오르지 못한, 곧 가게 될 이승 너머의 곳이고 또 하나는 지금 이 생활이다. 양반인 천주교 형제들은 금수와 같이 취급되는 나를 형제라 부르며 나를 친형제처럼 사랑으로 대해주었다. 우린 하느님 아버지와 성모 어머니께 한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드렸고 함께 고생했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한국의 신앙 선조들은 신분 차별이 엄격한 조선 사회에 이와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높고 높은 신분의 장벽을 넘어서 서로가 형제, 자매가 되는 공동체를 이루었던 모습입니다. 황일광 순교자가 지상의 천국으로 여길만큼 매력있는 공동체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과연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을까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과 구원을 주시는 주님을 찾아 몰려올 수 있도록(제1독서) 신자 각자는 등불이 되고 교회는 등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는 어려운 사명이지만, 세상 마칠 때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신 주님께서 우리 곁에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 손희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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