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明洞聖堂) 농성 관련 게시판

8월 17일(화)-1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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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franco2] 쪽지 캡슐

1999-08-18 ㅣ No.151

05:30 - 축협노조원 3,000여명이 성당마당을 가득 메우고 잠들어 있다.

      대성당 입구에는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입구 계단에 옷을깔아

      베게삼아 곤히 잠들어 있다. 이 시간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새벽기도를 올리기 위해 찾는 시간이다. 깨우기가 안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흔들어 깨우니 금요일처럼 다시 눞거나 신경질을

      부리지는 않는다. 전날 음주를 하지않고 잠들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시작한 아침은 식사를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정리집회를

      마치고, 10:00경부터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민노총4대노조(금속연맹,전국의료보험,사무금융노련,공공연맹)

      등과 연대투쟁을 하기 위해서다.

      오늘은 불시에 민방공 훈련도 있다는데...

 

10:00 - 축협이 떠난 자리에는 민가협과 범민련, 전국연합등이 자리를

      잡고 "보안법철폐"와 16일(월) 서울대에서의 "평화적범민족대회  

      통일축전탄압과 사전영장발부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대부분 60~70을 바라보는 연로하신 분들이 많았고,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있다. 30~50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100여명이 모여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축협이 친 천막 3동이

      철수한 자리에 2동의 천막을 쳤지만 입주는 하지 않았다.

 

11:00 - 축협의 홍보부장의 전화다.

      어제부터 오늘 철수하기까지 무척 노력을 했는데 폐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열심히 해 주어서 이번에는 별 불상사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한 후, 고생했다고 전해 주었다.

      홍보부장은 오늘 18:00에 명동성당에서 10,000여명이 의료보험

      조합과 축협이 파업을 철회하고 모두 복귀할 예정이라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한다.

 

14:00 - 민가협등의 항의집회를 마치고 성당마당의 간이 천막에 모여

      더위를 식히며 자리를 잡았다. 어떻게 할지?

 

17:50 - 민노총4대노조와 축협노조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잠시 명동일대가 술렁이더니 곧 정리집회에 들어가 아침에

      말한데로 짧게 정리집회를 마치고 철수했다.

      일순 명동일대가 고요하다.

 

23:30 - 7~8명의 범민련 사람들이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내일 만나서 이야기 해야겠다.

 

      휴~ 하느님!

      참 힘들었던 6일이었습니다.

      이 무더위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습니다.

      우린 또 얼마나 오랬동안 이래야할까요?

      힘을 주세요. 마징가-Z의 힘을...(^.^)

 

8월 18일(수)

 

06:00 - 범민련 사람들 7~8명이 한쪽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다.

      깨울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일어나면 만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07:30경 일어나신 분들은 모두 연로하신 분들이다.

 

10:20 - 조선족과 고려족을 위한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에서

      기자회견을 하니 협조해 달라고 말한다. 필요한 부분을 조취해

      주고 범민련을 만났다.

      14:00에 만나자고 한 후, 강의에 들어갔다.

 

14:00 - 민가협대표 3명과 범민련대표 5명이 찾아왔다.

      민가협대표들은 양심수석방을 위해 일하는 만큼, 240여명의

      양심수에 대한 걱정과 범민련의 사전영장이 발부된 3명에 대해

      걱정하며, 이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아울러 지난번

      시민가요제를 무사히 마친데 감사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범민련의 강인한 목사님은 16일(월) 서울대에 있었던

      범민족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3명의 사전영장발부자에

      대한 신변보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따라서 6명이 이곳에서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16일(월) 전국연합 사무국장에게 말한 것을 다시 상기시키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신변을 정리한 후, 자진출두할 때까지만

      있으라했다. 왜냐면 교회는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교회로

      찾아온 범법자에게, 그를 설득시켜 정당한 재판을 받도록 해 주고,  

      심경을 정리할 때까지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지, 실정법까지

      초월하는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도 이점을 이해하고 모든 종교시설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재판 때까지 언덕에 설치한

      천막을 쓰라고 했다.

 

17:30 - 범민련 청년대표와 대화를 나누었다.

      성당마당에 잠자리를 했으면 하는 문제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러라고 했지만, 좀 경솔했다. 언덕에 천막을 쳤으면 그곳에서

      지내야 하는데..

      난처해 하는 그에게 강 목사님에게 직접 이야기 하겠다고 말한 후,

      강 목사님에게 이야기를 해 해결되었다. 성당마당에 있던 모든

      짐들을 언덕으로 옮긴 후, 자리를 잡았다.

 

19:20 - 전국연합 청년대표가 찾아와 전기를 쓸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해 할 수 없다며 몇가지를

      묻는다. 말하자면 성당측의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말일 것이다.

      성당은 누구의 편도 아니며, 스스로 판단해 옳은 일을 할 뿐이고,

      더구나 사회속에 존재하기에 실정법 자체를 어길 수는 없는

      일이며, 실정법을 어기면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해 주었다. 늘 교회는 이 틈바구니에서 수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은 아무리 설명해도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에 더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민주화의 성지는 이곳 명동성당만이 되어서는

      않된다고 말해주었다. 지금 이곳 천막에는 4분의 목사님이

      계신다. 그런데 교회는 다 어떻하고 이곳에서 있는가? 이곳이

      민주화의 성지라고 말하게 된 원인은 80년대 초, 한창 민주화의

      운동이 벌어질 때, 수 많은 수배자들이 이곳을 찾았고, 공권력이

      들어와 이들을 연행하려할 때, 당시 교회의 최고 책임자가 버티고

      서서 "날 밟고 지나가 잡아가라"고 했고, 급기야 공권력은

      물러났기 때문이다. 각자의 종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 그곳을

      지키고, 그곳이 모두 민주화의 성지가 될 때, 우리나라가 더

      민주화 되지않겠느냐고 말해주었다. 목사님들이 이곳을 떠날 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워낙 연세들이 많으신 분들이라

      외람되지만..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사회속에서 지금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고, 그래서 지금 자신들이 여기에 들어와

      있게된 것이 정부와의 타협이 아님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다. 아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헤어져

      마음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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