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가을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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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3-09-30 ㅣ No.3151

<<가을과 인생>>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들판을 보고 있으면 숙연해 진다.

그들 속에 무엇이 있길래 자신의 생명을 저토록 아름답게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일까?

 

꽃을 봐도, 열매를 봐도, 씨앗을 봐도, 단풍 든 잎을 봐도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고 보면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은

생명을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염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염원에 인간은 어느 만큼 충실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내 자신에게 던져 보는 하나의 반문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들에 핀 꽃을 보면서 내 자신이 저 정도로만

아름다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보는 순간에 미소를 짓게 하고

 

그리고 마음 속에 기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힘.

그러나 그런 힘은 내게 있어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면 인간처럼 못난 존재도 없는 것 같다.

교육이란 제도를 만들어 생의 반을 거기에 바치게 하고,

 

예술이란 형태를 빌어 끊임 없이 아름다움을 창출해 내건만

들에 핀 이름 없는 꽃 한 송이만큼의 아름다움도 지닐 수 없다니...

서글픈 생각마저도 든다.

 

 

-남지심 《욕심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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