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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레지오마리애 도입 50주년 기념 신앙대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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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 [we61we] 쪽지 캡슐

2007-10-08 ㅣ No.346

 
                                                       “하나 되게 하소서!”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시인)
 
  천주교 의정부 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 신앙 대회는 2007년 10월 3일 수요일 12시부터 ‘의정부 종합 실내 체육관’에서 열렸다.
  “하나 되게 하소서”(요한 17,21) 라는 주제 아래, 천주교 의정부 교구에서 주관하고, 의정부 애덕의 모후 레지아에서 주최한 이번 신앙 대회는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을 경축하고, 성모님을 모시고 50주년이라는 반세기의 연륜을 쌓아온 의정부 교구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을 더욱 새롭게 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선 자료를 통하여 의정부 교구의 레지오 마리애가 50주년을 맞이하게 된 도입 경로를 잠시 살펴보면, 1957년 1월 29일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 ‘상지의 좌’ 꾸리아가 설립되었고, 바로 며칠 후인 그해 2월 1일에 의정부 성당에서 ‘근심하는 이의 위로’ 쁘레시디움의 설립을 시작으로, 의정부 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가 2004년 11월 28일 서울 세나뚜스에서 분리 승인되었고, 2005년 2월 20일 꼰칠리움에서 레지아 설립이 최종 승인됨으로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로써 2007년 10월 현재 의정부 교구 ‘애덕의 모후’ 레지아는 8개의 꼬미시움과 73개의 꾸리아를 두고 있으며, 쁘레시디움은 성인 973개, 청년 21개, 소년 15개가 있고, 총 단원 수는 9,749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따라서 연혁으로 볼 때는 2004년 7월 5일 의정부 교구가 신설되기에 앞서 이미 47년 전부터 레지오 마리애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한편으로 이렇게 된 것은 마치 예수님께서 세상으로 오시기 전에 먼저 성모님께서 성장하신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하나 되게 하소서!’ 라는 주제 역시 성모님과 예수님이 한 몸이셨던 것처럼 모든 단원들이 성모님과 예수님 안에서 서로 한마음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의미가 같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레지오 마리애는 성모님의 군대로서 예수님의 휘하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이번 50주년 기념 경축 신앙 대회는 성모님과 예수님을 모시고 레지오 단원들이 서로 하나 되는 의미와 그 기쁨을 한껏 누리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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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는 오전 10시 30분경부터, 교구 내 각 본당에서 단원들을 태운 대형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축제 분위기가 시작 되었고, 11시 30분경에는 거의 모든 차량들이 실내 체육관 앞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단원들은 체육관 정원에서 대개 김밥 등으로 점심을 미리 먹었으며, 이어 각 지구별로 배정된 실내 체육관 좌석 구간을 찾아 분주하게 입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천 석이 넘는 규모의 타원형으로 된 실내 체육관 안에는 행사를 위해 꾸며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주 출입구 안쪽에는 걸개그림으로 인쇄한 대형 뗏세라가 거대한 천막처럼 2층 좌석 한 블록을 다 덮어 1층까지 반듯한 대각선으로 내려졌고, 그 아래에 제단과 제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제대 앞쪽에서 보면 성모님이 그려진 뗏세라 그림 아래로 제단이 있고, 제단 왼편 앞쪽 바닥에는 흰색의 성모상이 모셔져 있었다. 그리고 성모상 주위로는 각 본당에서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 봉헌 고리기도에 사용했던 촛불들로 원형을 이루었고, 머리에 장미화관을 쓰고 계신 성모님의 얼굴이 불빛에 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또한 성모상을 둘러싼 촛불 앞에는 단원들이 필사한 성경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그 앞에는 대형 백실리움이 세워져 있었으며, 성모상 주위와 제대 앞에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대 오른쪽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고, 왼쪽에는 하얀 보를 씌운 탁자 위에 수십 개의 성작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와 같은 모습은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맑은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특히 성모님과 레지오 단원들이 충분히 감흥 될 수 있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실내 체육관의 구조상으로 볼 때, 좌석을 가득 메운 수많은 단원들이 그야말로 성모님과 예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일치감을 한층 고조시키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단원들 하나하나가 경축의 기쁨에 가득 찬 모습이었고, 성모님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금 비약해서 표현한다면, 이미 모든 단원들이 천상의 한 풍경에 들어 와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 모든 단원들은 이미 성모님께서 주신 천상은총의 한 몫을 받았으며, 예수님으로부터도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실 자녀의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모든 단원들은 지금 실제로 성모님 곁에 와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이 단원 모두는 성모님과 예수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어 하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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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진행 프로그램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흥을 돋우는 식전 행사가 있고, 제1부 입장식과 제2부 경축 행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3부 경축 미사가 거행되는 순서로 짜여 있었다.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단원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이윽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먼저 식전 행사가 펼쳐졌다. 첫 번째 출연은 ‘가재울 놀이패’로서 김용천 대건 안드레아 외15명이 펼치는 ‘풍물 농악대 웃다리선반’이라는 전통적인 농악이었다. 징과 꽹과리와 장구와 북을 치며, 뛰어 돌면서 전통 풍물놀이를 흥겹게 펼쳐보여 주었고, 그 다음에 출연한 무용가 최서연 비비안나는 두 차례에 걸쳐 전통 무용인 ‘태평무’와 창작 무용인 ‘귀소’를 선보였는데, 그중 ‘태평무’는 옛 왕비들이 나라의 무사안위를 기원하며 춘 춤이고, ‘귀소’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귀소본능을 뜻하는 것으로 세상에 대한 욕심과 때를 씻고 하느님의 은총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 하였다.
  그 다음에는 백석 성당 소속인 ‘라마스떼’ 청년 밴드의 경쾌한 음악이 두 곡 이어졌고, 식전 행사 마지막으로 ‘권성일과 그 외 악단’이 네 곡의 힘찬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그 중에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라는 묵상적인 제목이 눈길을 당겼다. 무엇보다도 이들 네 출연진들이 풍물과 무용과 노래를 부를 때마다, 수많은 단원들은 흥과 리듬을 함께하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 주었고, 감동의 순간순간 한마음으로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었다.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의 아름다운 군사로서 단원들 모두가 참된 보람과 기쁨과 즐거움을 공감하고 있는 친교의 순간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육천여 명의 단원이 함께 모여 성모님의 사랑에 안겨본다는 것이. 사실 성모님이야말로 자나 깨나 우리의 그리움이요 모든 단원들의 보호자가 아니신가? 어쩌면, 우리 단원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너무 외롭고 힘들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자신 앞에 놓인 삶의 전선에서 성모님께 의지하며 사는 동안, 이렇게 많은 단원과의 친교가 드물었을 수도 있는 까닭에, 이제 성모님께서 50주년 잔치를 여시고 단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계신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 성모님이 우리 곁에 계시기에 우리의 삶은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성모님과 단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온 관계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날마다 묵주기도에 담아서 모두 성모님께 아뢰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번 잔치는 이미 성모님께서 단원들을 위해 마련하신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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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전 행사가 끝나고, 제1부 입장식이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 단원들이 50년 동안의 결실을 성모님께 보여드리며, 성모님과 맺었던 사랑의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시간이 왔다. 교구를 대표하는 ‘애덕의 모후’ 레지아 기수를 선두로 해서 각 지구별로 1지구에서 8지구까지 73개의 꾸리아 기수들이 각기 소속 꾸리아 기를 들고 입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 지구별로 모여 앉아있던 단원들은 자기가 속한 지구의 꾸리아 기수가 들어올 때마다 더욱 힘차게 박수로 환호하였다.
  단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구의 꾸리아 기수가 들어오면, 성모님과 함께 환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수단 입장은 바로 성모님의 군대가 성모님 앞에서 사열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모님께 충성하는 각 부대들이 다시 한 번 충성을 다짐하며 기상을 뽐내는 것이었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도입 5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사열식이다. 그러므로 군사들이 느끼는 자부심 또한 50세의 장년으로서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병사들이 하나같이 성모님과 함께 더욱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성모님의 군대는 성모님과 결합하여 이처럼 성모님의 깃발 아래 모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모님 역시 지금 차례차례 기를 들고 들어오는 기수와 이를 환호하는 단원들을 향하여 총사령관으로서 손을 흔들어 주고 계시는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군대가 바로 성모님의 군대라는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무참히 죽을 수도 있는 세상의 군인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성모님의 군대에 속해 있는 군인이라는 사실이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 아닌가? 자칫 세상에 치여 살다보면, 자신이 성모님 군대의 병사라는 것을 잊고 살 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처럼 성모님의 군대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막강한 구원의 위상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성모님의 깃발을 들고 성모님 앞에 서 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의 가치가 최상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세상의 모든 병사들을 익히 보아왔지만, 비록 우리가 나약하고 아플 때가 있더라도 성모님처럼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어 주고, 성모님처럼 자기의 부하들에게 평화와 위로를 주는 사령관이 어디 있는가? 그동안 우리가 성모님의 병사로서 소홀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 성모님께서는 단원들 하나하나에게 손을 잡아 주시고 격려해 주신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이미 어머니의 따스한 품에 안겨 있는 것이다. 지금 성모님께서는 기수가 들어올 때마다, 사회자가 각 꾸리아별로 단원의 현황과 그 숫자를 읽어드리는 순간마다 당신의 병사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안아주고 계시지 않은가?
  기수들이 모두 성모님 앞에 도열하고 뒤를 이어 소년 단원들이 모두 입장하였다. 그러자 사회자가 레지오 마리애 활동수첩 날개 안에 적혀 있는, 성 베르나르도의 시 <총사령관이신 성모님>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성모님을 따르면 길 잃지 않고,
      성모님을 부르면 실망치 않네.
      성모님을 생각하니 헤매지 않고,
      성모님이 붙드시니 떨어질 리 없네.
      성모님이 감싸면 두렵지 않고,
      성모님이 이끄시니 지치지 않아,
      성모님의 도움으로 목표에 이르네.”

  이처럼 성모님께서는 총사령관으로서 단원들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계셨던 것이다. 시 낭송을 마치고 나서 사회자가 “이제 모든 기수단이 입장하였습니다. 기수단과 단원 모두는 성모님을 향하여 주십시오.” 한 다음, “전체 차렷! 성모님께 경례!” 라고 외치자 모든 기수는 기를 성모님께로 수그렸고, 좌석을 가득 메운 단원들은 모두 허리를 굽혀 성모님께 경례를 하였다. 바로 이순간이 이번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성모님께서 당신의 모든 군사들을 맞아들이셨기 때문이다. 아마 성모님도 너무 감격해서 단원들에게 허리를 굽히셨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순간이야말로 성모님께서도 모든 단원의 인사를 받으며 답례를 해야 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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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수단 입장식이 끝나고 이어서 제3부 경축행사를 하게 되었다. 경축 행사는 먼저 교구 레지아 담당 사제인 이정훈 클러멘스 신부님의 시작기도와 조수형 바오로, 이준식 카타리나 두 꼬미시움 단장님의 선창으로 ‘환희의 신비’를 바치게 되었다. 그리고 매 단마다 묵상 부분은 권성일 미카엘 밴드가 성가 270번을 연주해 주었다.
  좌석을 가득 채운 단원들의 묵주기도 합송은 그야말로 행사장 안을 울리고도 남을 정도로 마치 우레의 여운 같았다. 그리고 묵상 성가를 연주할 때마다, 묵주를 양손으로 높이 들고 좌우로 흔들면서 성가 후렴인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를 단원들이 함께 부르는 음정은 마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대한 그리움의 호소처럼 실내 가득 울려 퍼졌다. 묵주는 레지오 단원들에게 있어 세상을 정복할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묵주기도를 바치는 순간만큼은 연옥 영혼들도 눈을 번쩍 뜨고 귀를 기울인다. 단원들이 묵주를 손에 들고 바치는 성모님과의 사랑의 화음은 이처럼 지상과 천상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그리고 ‘환희의 신비’의 내용은 비교적 성모님과 어린 예수님이 늘 함께 지내셨던 동심의 시절이라는 점으로 볼 때, 지금 모든 단원들 역시 성모님과 함께 계시는 어린 예수님과 더불어 있음에 대한 암시가 있고, 그것은 장차 성모님께서 예수님으로부터 영광을 받으실 때에, 오랜 추억처럼 떠오를 기쁨이 들어 있음으로 해서 이 또한 모든 단원들이 성모님 안에서 짐작할 수 있는 기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단원들 모두가 이미 성모님을 닮은 마음과 가슴으로 기도와 성가를 부르고 있었으며, ‘죽음의 골짜기’에 있는 삶의 역경 속에서 성모님 품을 찾아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단원들은 지금 주님과 성모님의 환희의 신비 안에 안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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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거룩하신 주님과 성모님 앞에 묵주기도를 바치고 나서, 윤보령 프란치스코 레지아 단장님의 개회 선언에 이어 내외귀빈 소개가 있었다. 교구 레지아 단장으로서 이번 대회 준비에 불철주야로 피로가 겹쳤을 터인데도 성모님의 장수답게 개회 선언을 하였고, 전국 각 교구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하면서 단원들과 함께 반갑게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우리나라의 교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레지오 단원이 서로 이렇게 한결 같은 마음으로 반길 수 있다는 것은 성모님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경제적 조건 없이 이렇게 행복한 친교를 어떻게 이룰 수 있겠는가?  -성모님 잔치에 오신 손님들을 따뜻하게 반기니 기쁨이 가득하네.-  그런데 호사다마라 했던가, 멀리 제주 교구 레지아에서 오실 손님이 지난번 태풍 피해로 인하여 한 분도 참석치 못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전언에 마음이 찌릿했다.
  이번에는 김정순 레지아 부단장님으로부터 교구 레지아 연혁을 듣게 되었는데, 필자가 앞에서 기록한 우리 교구 도입 경로에 앞서 우리나라 전체로 본 도입 연혁으로서, 1953년 5월 31일 목포 산정동 성당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과 ‘평화의 모후’ 쁘레시디움 설립부터 우리 교구의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자세히 읽어 주었다.
  바로 이어서 윤보령 프란치스코 단장님의 대회사와 팽종섭 그레고리오 서울 세나뚜스 단장님의 축사와 이정훈 클레멘스 신부님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이 중에 이정훈 클러멘스 신부님의 환영사는 아주 짧고 간단하게 단원 모두를 환영한다는 한 마디 핵심으로 마쳤지만, 교구 레지아 담당 사제로서 지도편달에 여념이 없는 신부님의 점잖으신 풍모와 더불어, 특히 까만 턱수염과 중후한 목소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안내책자에 실려 있는 윤보령 프란치스코 단장님의 답사와 팽종섭 그레고리오 단장님의 축사 중에서, 인사말은 제번하옵고 두 분의 요지를 잠시 따온다면, 먼저 윤보령 프란치스코 단장님은 “우리는 지난 오십 년 동안 성모님의 겸손과 순명과 믿음의 정신으로 적극적이며 모범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레지오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발전과 함께 양적인 성장을 가져 왔으나,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창설자의 정신으로 재무장하여 사귐과 섬김과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라는 말씀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우리의 열정과 강력한 힘을 모아 교회에 충성하는 성모님의 군사가 됩시다.” 라는 결의를 보여 주었다.
  그 다음 팽종섭 그레고리오 단장님은 “이제 우리는 이러한 행사를 하나의 기념으로 끝내지 말고 우리 모두 자성의 기회로 삼아 심기일전하여 시대에 부응하는 사도직 단체로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야 될 것입니다.” 하는 말씀과 함께 “현실의 어려운 난제들이 우리들의 노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레지오 마리애가 원래의 사명정신을 잊어버리고 친교의 단체로 변했다는 주위 사람들의 걱정입니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창설자의 정신으로 재무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어느 통계자료에 의하면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이라는 엄청난 사실입니다. 이에 분발하여 청소년들의 단원 육성에 전력을 다하여 든든한 후배들을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지상 사명인 하느님 나라 건설에 전력투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라고 단원들을 일깨웠다.
  두 분의 말씀에서, 성모님의 군사로서의 레지오 정신을 더욱 가다듬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된다는 결의와 다짐을 촉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모님의 겸덕과 용덕을 가진 두 분의 말씀에서, 현실적으로 단원들이 새겨야 할 사명과 그 역할을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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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는 우리 의정부 교구의 교구장님이신 이한택 요셉 주교님의 격려사를 영상을 통하여 보여 주겠다는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단원들은 제대 뒤쪽 3층 상단에 설치되어 있는 스크린으로 눈을 주시하게 되었다. 얼마 후에 스크린에는 레지오 마리애에 관한 짧은 홍보물을 보여 준 다음, 주교님의 격려사를 취재 형식으로 담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안내책자에 들어있는 주교님의 격려사는 크게 세 가지의 정신으로 요약되어 있다. 첫째 <레지오의 정신은 일치의 정신이다.> 둘째 <레지오의 정신은 순명의 정신이다.> 셋째 <레지오의 정신은 질적인 성화의 정신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신’이라는 말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감히 교구장님의 말씀을 겸손으로 받자오면, 지금 교구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 뜻의 깊이는 절대로 가볍지가 않은 말씀이다. 우리는 흔히 말을 듣고 쉽게 잊어버리는 습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새겨듣는 데에 인색한 것이다. 말을 하는 사람은 간절한 뜻을 담아서 하는데, 듣는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그저 그러려니 하고 듣게 되면, 아무리 좋은 말도 소귀에 경을 읽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러니 말을 들을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마디만이라도 꼭 기억하고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교구장님께서 하신 이 ‘정신’이라는 말씀이 무엇을 이끌어 오는지를 잠시 살펴보자.
  먼저 교구장님께서 말씀하신 ‘정신’에는 세 가지의 의미가 맞물려 있다. 그것은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일치의 정신’과 ‘순명의 정신’과 ‘질적인 성화 정신’이다. ‘정신’이라는 말에 ‘일치’와 ‘순명’과 ‘질적인 성화’라는 말이 만남으로서 ‘정신’의 의미와 방향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교구장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바로 우리 단원들에게 이와 같은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세 개의 정신을 내 것으로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점에 있어 교구장님께서는 ‘일치의 정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모님을 본받아 성모님의 눈으로, 성모님의 마음으로, 성모님의 용기로” 라고 하셨고, ‘순명의 정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시고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기꺼이 달리신 예수님과, 주님에 대한 순명으로 예수님을 품으시고 평생 그분을 따랐던 성모님”을 강조하셨으며, ‘질적인 성화의 정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소명을 깨닫고, 하루하루를 성모님이 보이셨던 실천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교구장님께서 말씀하신 세 개의 정신을 갖추기 위해서 먼저 주님과 성모님께서 보여 주신 모범을 내 자신 안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님과 성모님처럼 내적인 신앙의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주교님께서는 실천적인 일치를 강조하신 것이다. 이제 레지오 단원들은 교구장님께서 당부하신 ‘일치’와 ‘순명’과 ‘질적인 성화’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꼭 새겨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교구장님의 말씀 또한 50주년을 맞이한 단원들에게 ‘정신’을 새롭게 일깨워 주시는 말씀으로 단원들 모두가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드려야 할 것이다. 이번에 도입 50주년을 맞이한 신앙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또한 바로 ‘정신’을 새롭게 하는 것이며, 말씀 안에서 레지오 정신을 새롭게 하여 단원들이 질적이고 실천적인 방향으로 향상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신앙의 절정은 바로 말씀이다. 우리가 신앙 대회를 통하여 마음에 간직하고 가슴에 새길 말씀이 없다면, 그 자체로 미래가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항상 인내를 가지고 말씀의 뜻을 곰곰이 새겨야 한다는 것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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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구장님의 격려사 상영이 끝나고, 이어서 담당 사제인 이정훈 클러멘스 신부님과 이준식 카타리나 자매님의 합송으로 단원 모두가 성모님을 향해 일어서서 까떼나를 바쳤다. 까떼나는 레지오 단원이면 누구나 매일 바치는 기도였지만, 이 기도 역시 육천여 명이 함께 바치게 되니 새로운 감동의 물결이 되었다.
  까떼나는 기도문의 내용도 그렇지만 사실 단원들이 성모님과 나누는 가장 밀접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단원들은 까떼나를 통하여 성모님과 함께 있음에 대한 위로와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까떼나처럼 감동적인 기도문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까떼나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희망찬 내용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그대로 온몸으로 배어들기 때문이다. 성모님께서도 단원들의 까떼나를 들으며 동정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고 계셨던 시대의 설움을 회상하셨을 것이다. 까떼나야말로 당신의 심금을 울렸던 바로 그 기도였고,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절의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까떼나를 마침과 동시에 제2부 경축행사까지 마치게 됨으로서 이제 마지막 제3부 경축미사만을 남겨 두게 되었다. 이제까지 사회를 맡았던 안종태 요한 형제님과 윤미현 이레네 자매님은 다음 미사전례 사회를 맡을 이길주 대건 안드레아 형제님과 박찬숙 루치아 자매님께 마이크를 넘겨주기 전에 모든 단원들에게 휴식 시간을 알려주었다.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밖으로 나가는 단원들도 있었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 휴식하는 단원들도 있었다.
   필자가 적어야 할 이 참관기도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필자도 이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잠깐 한 마디 붙여야겠다. 이 참관기를 읽는 분들께서 혹 글이 길다고 느끼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필자로서는 기왕에 참관기를 쓸 바에는 글의 길고 짧음에 의식하지 않고 쓴 것이며, 다만 이 참관기가 언제라도 이번 50주년을 맞이한 경축 신앙 대회의 기쁨을 한 폭의 그림처럼 꺼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것이다. 참관기라는 것은 지금 당장보다는 훗날에 가서 더 필요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다만 이 글을 쓰게 해 주신 성모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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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화정동 성가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밖에 있던 잔여 단원들도 모두 들어왔다. 미사는 교구장님이신 이한택 주교님과 교구 사제단이 집전하게 되었다. 전례에 따라 입당성가 304번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를 부르는 동안에 사제단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교님을 비롯하여 60여 분의 사제들이 모두 들어오셨다. 제단 위에는 주교님과 10여분의 사제가 계시고 나머지 사제들은 제단 바로 앞, 소년 레지오 단원들이 앉아 있는 앞쪽에 길게 두 줄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미사의 풍경은 장엄하였다. 이 미사를 공중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게 보였을 것이다. 체육관에 만들어진 제단과 제대, 이것을 단 한 번의 미사를 위하여 만들었다는 것과 단 한 번만 볼 수 있는 미사 풍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치 꿈만 같은 것이다. 이것은 처음이자 마지막 풍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모님의 군단들이 모여 있다는 의미를 더한다면, 이 미사의 풍광이 더욱 독창적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성모님께서 단원들을 따로 부르셨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기적이다. 이 세상에서 미사보다 거룩한 모습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복음은 이번 대회의 주제로 정한 <하나 되게 하소서>를 뽑은 요한복음 17장 21절에서 26절까지의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믿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신 부분으로서 이번 대회의 의미에 대한 완결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을 읽은 다음에 주교님께서 강론을 하셨다. 주교님께서는 안내책자에 있는 격려사 내용을 함께 말씀하시는 가운데 특히 처음으로 설립된 쁘레시디움의 명칭인 ‘근심하는 이의 위로’를 근간으로 하여 말씀하셨다. 이를테면, 처음 설립 당시 우리 교구의 시대적 상황에 있었던, ‘근심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가 절실했다는 배경과 지금 이 시대의 현실에서도 우리 교구의 특성 안에 그와 같은 ‘근심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근심하는 이’에 대한 인식을 가족에서 교구 사회의 전반적인 현실 상황으로 확대하여 말씀하심으로써, 단원들에게 ‘근심하는 이들’에 대한 활동 지침을 일깨워 주셨다. 따라서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주제 안에 ‘근심하는 이들’에 대한 봉사적 실천이 들어감으로 해서 ‘하나 됨’의 참뜻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음을 알게 하셨다.
  주교님의 강론이 끝나고 예물봉헌이 있기에 앞서, 그동안 교구의 모든 단원이 필사한 성경 필사본 봉헌과 남북 화해를 위한 묵주 기도와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 기념을 위한 묵주기도가 먼저 봉헌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원로 단원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는데, 수상자는 1957년 2월 1일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활동해 온 의정부2동 성당의 장봉근 막달레나 단장님이었다. 그야말로 50주년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을 받으며 단원들의 박수를 받게 되니 기쁜 일 아닌가! 시상이 끝난 다음 모든 단원이 성모님과 주교님 앞에서 아래와 같은 <우리의 다짐>을 하였다.

  첫째 : 우리는 신앙의 모범이신 성모님의 군대로서 겸손과
         순명의 정신을 되새기며 삶 안에서 기쁘게 활동할 것을 다짐합니다.
  둘째 : 모든 단원은 예비자 모집과 쉬는 교우 돌봄을 쉬지 않고
         수행할 것을 다짐합니다.
  셋째 : “함께하는 교회” “찾아가는 교회”의 실천 아래 선교 사명을 이행하겠으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넷째 :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을 맞이하여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접경 교구로서 남, 북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쉬지 않고 바칠 것을
         레지오 전단원은 교구장님 앞에 다짐합니다.

  이와 같이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목표에 대해 모든 단원이 교구장님 앞에서 굳게 다짐함으로서, 의정부 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을 맞이한 단원들은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사가 끝나고 단원 모두가 마침기도를 바친 다음 레지오 마리애 단가를 불렀다.
  이것으로 <천주교 의정부 교구 레지오 마리애 도입 50주년 기념 신앙 대회>는 주님과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성황을 이룬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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