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냄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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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kimpaul25] 쪽지 캡슐

2004-11-21 ㅣ No.3178

 

 

냄새도…


내 시어머니

냄새도  못 맡아

국은 끓어 넘쳐흐르고

밥은 소태로 시커멓게 타고


어허,

사람 냄새를 맡아야지

돼지코만 좋아하남?

소태로 타서 넘쳐흐르는

아, 쭈그러드는 주름으로

흘러 천 리를 가는 정인걸


꼭두새벽 전화통이 부산하다.

얘야, 몸살이라도

내 꿈결로 네가 아파서!

천 리 밖 새끼 냄새 흡인하는

코 큰 시어미의 정인걸!


2004. 11. 21.(일)

 엊그제 청계산에 올랐다. 옥녀봉에 오르는 길에 50대 부인들의 불평이 옥녀의 맑은 귀를 괴롭힌다. 안테나가 늘려져 있는 내 뇌리가 아픈 신음으로 한 수 엮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냄새도 못 맡나 봐요. 다 태우고, 넘치고….’이러저러한 불만이 많다. 미끈히 잘생긴 여성들이다.

 흘러가는 세월에 영웅호걸이 있더냐? 곧바로 닥칠 겨울을 모른다냐? 애달픈 인간들이여!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한 네 머리카락을 보려마. 뉘 있어 늙음을 버린 다더냐? 장성한 자식이 시퍼런 눈을 하고 쳐다보느니!

 떡갈나무가 만추의 석양을 말아 부스럭거림은 나와 동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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