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검정성당 자유 게시판

빨랑 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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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ody] 쪽지 캡슐

2000-11-20 ㅣ No.1366

 

"그게 뭐에요?"

"신부님께서 주신 겁니다."

"뭔지 빨랑 까보세요!"

"신부님께서 저희에게는 잊지 않고 언제나 빨랑까를 주신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촌지> 나 <물적 선물>을 속어로 <빨랑까>라고 하는구나 하고 머리를 굴리며 눈치로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요즘은 젊은이들이나 사용할만한 단어를 어른들이 흉내를 내는구나 생각하며 그나마 신자들이 사용하는 말을 알아 듣게된 것을 다행이라고 위안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에서야 빨랑까가 속어가 아닌 교회의 정식 용어임을 알고 왜 지금까지 그런 걸 몰랐나 하는 생각에 혹시 다른 모르는 분이 계시면 알려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 Palanca 는 우리 말로 번역됨이 없이 발음나는대로 빨랑까, 빨랑카, 팔랑카, 발랑카 등으로 여기 저기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정확히 스페인어 발음도 모르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올바른 표현도 알지 못하나 빨랑까라는 표기법이 어느 정도 많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빨랑까는 지렛대의 의미로 자기의 정상적인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어떤 불가능한 일을 주님의 은총으로 가능할 수 있게 해주는 촉매제라고 할 수 있다.  빨랑까는 꾸르실료 운동에서 주로 기도, 희생, 자비와 같은 정신적 도움을 주는 행위를 말하며 선물이나 사랑의 편지 자체를 빨랑까라고 하지는 않는다. 개인 대 개인으로 빨랑까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빨랑까는 조직이나 단체에게 바쳐진다. 빨랑까는 어떤 특정 조직을 위해 정규적으로 모집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빨랑까를 요청할 수도 있다. 개인이 바치는 빨랑까는 지휘자의 조그만 지휘봉처럼 오케스트라 연주 시에 큰 힘을 발휘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바치는 빨랑까는 지구나 우주를 움직일 수 있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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