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토끼, 우리들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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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희 [young-hee] 쪽지 캡슐

2003-04-08 ㅣ No.4744

   깊은 산속에 토끼가 살고 있었습니다.

산마루를 달리고 언덕을 뛰어 내려갈 때는  바빠서 생각할 틈이 없지만 혼자서 우두커니 양지바른 풀섶에 누워 있을 때는 많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중에서도 토끼는 늘 자기들의 잃어버린 말이 안타까웠습니다.

   호랑이는 어흥, 부엉이는 부엉, 원숭이는 지지지, 심지어 잔디속으로 숨는 여치도 찌르르르 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자기네만 목이 막혀버렸는지 궁굼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이 짐승들끼리는 눈동자로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소리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일인지.......  상상만 해도 토기는 오줌이 찔끔 나왔습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우리의 귀를 멀게 할 것이지, 소리를 빼앗아가실 게 뭐람.’  토끼는 투덜거리면서 어느 누구보다도 오래 살기 때문에 옛이야기를 많이 알고있는 학을 찾아갔습니다.

"그래, 알겠네.  자네 조상이 어떻게 해서 말을 못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이거지?"

토끼의 간절한 눈빛을 본 학은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가 우리 할머니께로부터 들은 바로는 이렇네. 먼 옛날, 그러니까 저 아래 인간들이 그래도 염치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 짐승들을 자기들의 양식으로 쓰기 위해 죽이는 일이 있은 다음에는 그것을 허용해준 하늘에 꼬박꼬박 제사를 지낼 때의 일이지.  그무렵 우리는 모두 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시절의 자네 토끼네는 정말 재간둥이였다네.   몸 빠르겠다, 귀 밝겠다. 말 잘하겠다.  그런데 자네 조상이 한 번은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토끼 간을  구하러 나온 거북이한테 속아서 용궁까지 가게 된 것을  자네도 들어 알고 있겠지.  맞아, 자네 조상이 간을 육지에 빼놓고 왔다고 속인 것까지는 좋아. 그런데 그렇게 살아 나왔으면 됐지, 그 둔한 거북이가 화병이 나도록 놀릴 게 뭐람.  이때 하느님께서 이것을 보시고 자네 조상한테 주었던 말을 되찾아 가시고 말았다네."  

   토끼가 듣고 보니 과연 그럴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교만했던 조상을 탓한다고 해서 잃어버린 소리가 돌아올 것도 아니었습니다.    토끼는 어떻게 해서라도 조상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빌어보고 싶었습니다.  토끼가 산 고개를 넘었을 때에 너도밤나무 위에서 원숭이가 한 마리  훌쩍 뛰어 내려왔습니다.  "토끼야, 어디 가니?"  토끼는 눈으로 "우리 조상님이 지은 죄를 나의 착한 일로 씻어볼까 하고 무작정 가는거야.   "나도 가자, 사실 교만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을 닮았다고 해서 방자하게 놀았거든.  나도 좋은 일을 해서 그동안에 지은 죄를 씻겠어."

   이렇게 해서  둘은 길동무가 되었습니다.  소나무가 많은 오솔길을 빠져 나올 때 오래되 무덤 뒤에서 여우가 나타나 물었습니다.   "얘들아, 어디 가니?"   "좋은 일거리를 찾아나선 길이다."   "그렇다면 나도 데려가다오.  우리는 그동안 귀신들과 함께 어울려서 못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죄가 여간 많은 게 아니다."   "그래, 그래. 함께가자."  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갈 때에 산자락이 한 번 접혀진 골짜기에서 지쳐 쓰러져 있는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찢겨진 옷자락 사이로 피가 밴 상처가 많았습니다.  "이 사람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자."  셋은 금방 의견이 맞았습니다.  우선 먹을 것을 구해오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원숭이는 숲으로가 머루를 따왔습니다.  여우는 물가로가 물고기를 잡아왔습니다. 그러나 토끼는 무엇을 따오거나 잡아올 재주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던 토끼가 원숭이와 여우에게 눈으로 부탁하였습니다.   "내가 곧 저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구해 올 테니 불을 피워 놓아."  토끼는 숲속에 있는 옹달샘가로 갔습니다.  맑고 맑은 옹달샘 물로 몸을 씻었습니다.  토끼는 처음으로 자기한테 주어진 귀의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전나무의 높은 가지를 흔드는 은은한 바람소리와 골 따라 흘러가는 물소리..............

   "목을 막은 대신 귀를 크게 열어주신 은혜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소리를 내기 보다는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요.   감사합니다.   하느님."

  토끼는 깡총깡총 뛰어서 골짜기로 돌아왔습니다.    원숭이와 여우가 독촉하였습니다.    "무얼 가지고 왔어?  어서 이 불 위에 내놓아봐."

   이 때였습니다.  토끼가 불 속으로 깡충 뛰어든 것은...........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토끼는 자기의 몸을 젊은이에게 주고자 한 것입니다.   

   이 것을 보고 있던 하느님께서 갑자기 소나기를 퍼부어 토끼를 살려내셨습니다.  그러고는 누구에게보다도 큰 축복을 토끼에게 내려주었습니다.  

   "오,  착하고 착한 토끼야.  너희는 이 덕행으로 자자손손 번성할 것이다.   힘이 센 자는 더 깊은 산중으로 내몰리거나 없어질 것이나 힘이 없는 너희는 오히려  작은 동산에까지 자손이 미치는 번영을 누릴 것이다." ^^

 

**************정채봉 선생님의 어른을 위한 동화에서***************************

 

*^0^*  동화가 어른도 행복하게하는 것이구나 하며 좋은 글을 읽으면서 혼자읽기 너무 아까워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정말 오랫만에 자판을 두둘겼습니다.   벌써 성주간이 다가옵니다.  저도 토끼가 되고 싶습니다.  

  오  잉..............  모두 토끼가 되고싶다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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