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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2-12-12 ㅣ No.189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육학년 담임을 할 때였어.

 

그 학생은 처음 보았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늘 허름한 차림이었어.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하듯이

 

그 애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인정해 주었지.

 

 

그애는 유리창을 깨끗이 닦았고,

 

누가 보든 안 보든 물걸레를 깨끗이 빨아 책걸상을 닦았어.

 

 

비 오는 날 찢어진 우산으로 친구를 바래다 주었고,

 

수업시간엔 눈을 반짝이며 들었어.

 

 

당당하고 따뜻했어.

 

그는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했지,

 

학교에 입학해서 6년만에 처음으로 반장 후보가 된 거야.

 

62명 중 52표를 얻어 반장이 되었어.

 

 

그의 순수함은 주위 친구들을 순수하게 만들었지.

 

전교 학생회장이 되었어.

 

 

오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그 학생의 변화를 못 믿겠다는 투로 바라봤지.

 

내 경험으론 당연한데 말이야.

 

 

졸업식 날 그 애는 학년 전체 수석을 했어.

 

졸업식을 마치고 그 학생의 부모님꼐서 나를 찾아오셨지.

 

6년 동안 학교에 오는 일이 처음이래.

 

그 분들이 내게 인사를 했어.

 

 

"선생님. 인사할 줄도 모릅니다.

 

고맙습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선생님,

 

부끄럽지만 저희들의 작은 정성입니다."

 

 

그분들은 허름한 포장지에 싼 선물을 주고 가셨어.

 

난 고마운 마음으로 그냥 받았지.

 

텅 빈 교실에 앉아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펼쳤지.

 

포장지 안에 들어 있는 선물,

 

그것은 라면 두 봉지 였어.

 

주르륵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

 

 

난 가난을 알지.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사랑은 꽃핀다는 사실을 알지.

 

 

그것은 내가 받은.

 

또 내가 받을 선물 중에

 

가장 값진 선물이란 걸 나는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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