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화

2014년 9월 세나뚜스 지도신부님 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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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뚜스 [senatushp] 쪽지 캡슐

2014-10-26 ㅣ No.221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님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이제 9월이 얼마 남지 않는데 이번 순교자 성월은 특별한 기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1984년 시성된 103위 성인을 모시고 있고, 지난 816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모시고 거행된 시복식을 통하여 새로이 124위 복자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순교 성인과 복자를 모시고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 그분들의 삶과 정신을 이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많은 순교 복자들을 모시고 행사를 거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분들의 삶이 우리의 삶이 되고 그분들의 정신이 우리의 정신이 되는 것입니다.

이순이 루갈다와 유중철 요한 동정부부가 있습니다. 이 루갈다가 옥에 갇혔을 때 쓴 편지가 있는데 그것을 읽고 감동해서 천주교 신자가 아닌 교수님이 책을 썼습니다. 순교자로서 이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초월적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세상을 그리면서도 이 세상을 부정하지 않고 성실히 살았다는 것입니다. 이 루갈다와 유 요한은 주문모 신부의 도움을 받아서 동정을 서약하고 혼배성사를 하고 3년을 같이 살다 죽게 됩니다.

루갈다가 옥에서 보낸 편지를 통하여 조선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간상이 나타났다고 교수님은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은 하늘나라를 바라면서도 성실하게 세상을 살고 어떤 경우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그것이 그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이자 오늘날 우리가 따라야 할 인간상이 아닌가 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다른 순교자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아버지이신 최경환 성인은 성격이 매우 괄괋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앙을 가지고 부터는 성질이 온순해지고 장에 가면 안 좋은 물건을 일부러 사셨다고 합니다. 좋지 않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물건을 파는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겠냐고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포졸들이 그분을 체포하러 한밤중에 들이닥쳤을 때에도 마치 기다리셨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했다고 합니다. 먼 길을 가려면 기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며 식사 대접을 하고 잠을 재우고 다음날 아침에 순교를 위해서 한양으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순교 성인과 복자들을 모시고 있는데 우리가 그 만큼은 안 되더라도 그분들의 정신을 본받으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말은 많이 하고 행동은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사람들이 불신감을 갖는 것 같습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모범을 보일 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리 신자들만이라도 순교 성인과 복자를 닮아서 말이 아니라 순교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 순교자들의 삶에서 볼 수 있었던 새로운 인간상을 실천한다면 그것을 통해 복음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런 추세를 우리가 바꿀 수는 없지만 삶에서 모범을 보인다면 조금 더 내실 있는 레지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순교자들의 삶과 정신을 우리가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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