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蘭 꽃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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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bkkim] 쪽지 캡슐

2000-07-22 ㅣ No.403

드디어 난꽃이 피었다. 회사가 이전을 했을 때에 어디선가 선물로 받은 동양란 화분에서 꽃대가 하나 올라오더니 수줍은 듯 우아한 자태가 드러났다. 정확히 이 난의 종류가 무엇인지 굳이 따지면 값어치가 있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꽃을 피우기는 처음이어서 왠지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벌써 삼년이상 기르면서 물 주고 화분 닦으며 '죽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칭찬아닌 칭찬에 만족하던 차에 꽃을 보니 더욱 반갑다. 이미 서너개의 화분(만)이 구석진 곳에 쌓여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어제 오후에 꽃봉오리가 반쯤 벌어지더니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활짝 펴서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촉촉한 바람결에 향기도 제법 은은히 풍겨난다. 역시 다소곳한 폼새의 동양란은 비 섞인 날씨가 제법이다. 옷 한벌 사면 맞춰 신을 구두 사고 싶고 거기에 맞출 가방도 사고 싶어지는 허영처럼 갑자기 커피보다 녹차를 마시고 싶어지고 옥반지 끼고 구겨짐도 멋있는 모시치마 휘감아 사각사각 소리내며 한적한 뜰을 걷고 싶다. (TV를 너무 많이 봤구나, 내가...헌데 쪽진 머리가 안이뻐서 어쩌나...^^;) 하고싶은 것 다 하고 살자면 뭐 가리고 말 것이 있으랴만은 그래도 부부간에 양해를 구하고 양해 해주는 부모님을 뵙자니 오래 기다려 피운 꽃이 더 반가운 난꽃과 한모양이다. 그렇게 정이 더 깊어지고, 힘든 시기 넘기고 얻은 깊은 정이 더욱 은은한 향을 만드는 것이 부부의 정인가 보다. 어느 여수필가가 방안에 놓인 난화분에서 풍겨나는 난향을 극찬하더니 이제 그 마음을 조금 짐작하겠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세례도 받았고 그분의 사랑을 배우려 마음을 열고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니 다시 한번 그분께 대한 사랑을 되새긴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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