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로미오] 사랑은 당신가까이에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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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11-11 ㅣ No.991

 

 

생각하는 동화 - 서른일곱번째 이야기

 

< 내 가슴속 램프 >

개울가의 언덕에 개똥벌레네 집이 있었다.

개똥벌레는 밤이면 님을 찾아서

훨훨 마실을 떠나는 이웃 나방들이 부러웠다.

어느날, 참다 못한 개똥벌레가 엄마 개똥벌레에게 고백했다.

"엄마, 나도 저 나방들처럼 님을 찾아가고 싶어요."

"아들아, 넌 아직 이르다."

"그러나 엄마, 난 몸이 뜨거운 걸요.

 누구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요."

"그럼 나랑 함께 가보자."

엄마 개똥벌레는 개똥벌레를 데리고

철길이 있는 방죽으로 갔다.

거기에는 열차의 불빛을 향해서

덤벼들다가 다친 나방들이 즐비하게 누워 있었다.

더러는 머리가 깨지고 날개가 부러진 나방들...

그들은 앓으면서도 아쉬워하고 있었다.

"유리창만 없었으면 님을 안을 수 있었을 텐데."

"엄마, 왜 그래요?"

개똥벌레의 물음에 엄마 개똥벌레는 고개를 저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숲속에 있는 야영장이었다.

거기에는 모닥불에 덤벼들다가 타버린

나방들의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엄마 개똥벌레가 말했다.

"이렇듯 맹목적인 사랑에 몸을 던져버려서야 쓰겠니?"

돌아오는 길에 개똥벌레가 엄마 개똥벌레에게 물었다.

"엄마, 저런 풋사랑이 아닌

 아름다운 사랑은 어떻게 이룰 수가 있지요?"

"커가면서 생각해 보려무나.

 어떤 사랑이 가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인지를."

이후로 개똥벌레는 통 말이 없었다.

어느날 밤에 엄마 개똥벌레가 아들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아들은 하늘의 별을 우러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엄마 개똥벌레는 아들의 마음을 알아챘다.

"아들아, 그 사랑을 이루기는 참으로 어렵단다.

 오래 참아야 하고, 교만하지 않아야 하고.

 ...그리고 앙심을 품지 않고 진리를 보고 기뻐해야 한단다."

개똥벌레는 일편 단심으로 별을 사모했다.

그러나 님은 미류나무 위에 있는 것 같더니

개똥벌레가 날아가자 산 위로 올라가 버렸다.

산 위로 올라갔더니 더 높은 산 위로 물러났다.

하나 개똥벌레는 님을 향해 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 여름날 밤이었다.

개똥벌레는 뒤가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아, 별을 향해 나는 그의 꽁무니에

별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행복한 기쁨이었다.

 

  * 사랑은 당신 가까이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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